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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monkeystar Jan 12. 2022

35세의 미혼딸이 창피하다는 어머님

아, 엄마 여자도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서요.

평생 전업주부셨던 엄마가 환갑이 되는 올해부터 요양보호사 수업을 들으러 가신다. 늦기전에 자격증 하나라도 가져 보고 싶다는 어머님, 결혼으로 자기의 커리어를 포기 하셨다고, 어릴적부터 여자도 능력이 있어야 하다고 말씀하시곤했다. (아빠랑 싸운 이후에 특히)

 


같이 강의를 듣는 연령대가 엄마랑 비슷하니 다들 말도  통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거 같아 엄마가 활기를 되찾았다. 다행이었다. 학생처럼 가방매고 도시락 챙기고 근처에서 점심 한끼 사드셔도 될것을 우리 부모님은 정말 검소하신 편이다.

다만 엄마가 없는 빈자리에 나와 막내 동생은 매일 배달의 민족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미안 엄마 ㅠㅠ 



 안에서 어머님들끼리는 분명히 자식 이야기가 오갔을것이고, 34살먹은 공무원 아들 중매 놓아 달라는 말도 오갔을 것이다. 나는 그날 따라 막내가 먹고 싶다는 삼겹살을 들고 들어갔고, 그새 차려진 식탁에서 앉자마자 뜬금없이 "오늘 학원에서 34 공무원 혼처 자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른 여자가 딸이 34세라고 그러더니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더라, 나는 딸이 35세라.., (한숨)"



순간 맛있어 보였던 삼겹살이 넘나 별로로 보였다. 물론 foodie 내가 젓가락을 내려 놨을리는 절대 없지만, 나는 지금  커리어에 정점을 찍을 포인트를 고대 하고 있는데, 엄마는 35 미혼딸이 창피해서 누가 결혼했냐고 물어볼까봐 말도 못한단다.




  힘으로 외국에서 대학원도 졸업했고, 디스크로 아픈 몸에도 꾸준히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자랑 스러운 대한민국의 한그릇 하는 여성이건만 엄마는  얼굴만 보면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대화에도 갑자기 결혼이야기를 툭하고 던진다.



특히나 엄마 여고 동창 카톡방에 결혼 소식이 등장 하는 날이면 잔소리가 더 심해진다. 그런 날이면 엄마친구딸 결혼해? 라고 물어보면 "어"라고 미간을 찌푸리는 우리 엄마..,

(아오.., 엄마 친구 딸인 나보다 어린 변호사 그녀.., 난 널 알지 못하지만 벌써부터 난 니가 싫다.., )



왜, 도대체 왜 .., 나 대학원 다닐때는 졸업 못할 수 있으니 연애하지 말라고 매일같이 잔소리 카톡을 하던 엄마는 오랜만에 돌아온 딸에게 부족하다고만 이야기 할까. 묻어 두었던 나의 결핍이 올라왔다. 인정 받지 못하고 칭찬 받지 못했던 나의 자아가 스멀 스멀 올라와서 화를 내려다가 방으로 들어가 블로그를  쓰기로 맘먹었다.




안다 더 이상 20대가 아님을 나이라는 프레임이 안그래도 더 강한 한국에서 내 나이 35세, 엄마가 가끔 말하는 "병신이간디 결혼을못해" 라는 독설과 말끝마다. 시집가라. 전문직이면 돌싱이라도 괜찮다. 언제 손녀 손자 안겨줄거냐, 당사자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나의 짝은 전혀 알지도 좋아하지도 않을 말들로 내 신경을 긁어 댔다.



그래, 나 나이먹는거 싫다. 치열했던 내 20대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싫다. 난 아득바득 어떻게든 잘 살아 보려고 버티기만 했는데, 얻은건 나이뿐이라는 슬픔, 그래 나이 먹어서 이미 괜찮은 남자는 품절이라며 눈을 낮추라고 말하는 잔소리들도 이제 정말 듣기 싫다.




"나"가 중요한 나는 "너"라는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삶이 준비되지도, 양보할 마음도 없다. 이제 곧 내가 원하는걸 얻을 참인데 뜬금없이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를 괴롭히다니, 싫다는건 아니다. 정말로 누군갈 정말 사랑하고 내 삶에 "그"가 정말 중요해진다면, 모든 순간을 함께하고 내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오픈해도 괜찮을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내가 준비가 되었을테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라는거다.




"엄마, 나 남자친구 생기면 엄마가 제일 방해할 사람이거등? 남친 생기면 새벽에 들어오든 아침에 들어오든 신경쓰지마!!"



이말이면 그만 하시겠지 날렸던 반항도 쉽게 꺽였다.  분명 20대라면 등짝 스매싱에 통금령이 내려졌을 언행이었는데



엄마가 행복한듯 웃으며 "그래 ^^ " 라고 답했다.



막둥이 동생도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듣고 있었다.

(안그래도 엄마가 없던 낮에 이 막둥이는 나더러 "큰누나, 남자들은 여자 외모랑 나이를 주로 보지 여자 능력 학력 신경안써" 그렇다 우리 가족에게 나의 과거의 노력은 그저 보잘것 없는 설레발이었을지도..,)



하 머리야..,  




"대표님" 이라고 불리는 나의 직업적 페르소나는 엄마에게는 "시집도 못간 노처녀"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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