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 묘한 취미가 있다. 연예인의 가십을 논하는 카페 테이블에서도, 누구네 엄마를 탓하는 반상회 됫담화에서도, 하물며 틀어진 관계를 두고 서로를 탓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듬성듬성한 사실 사이의 공백들을 참지 못한다. 명쾌하지 않다면 거기 무언가 더 있을 거라 단정한다. 결국 그 빈틈들을 이야기로 채워넣는다. 타인의 사연은 그렇게 아침드라마가 되고 어느 순간 진실보다 더 설득력 있는 사실로 굳어진다.
그러나 세상은 한 치의 의혹 없이 존재하거나 투명하게 설명될 수 없는 거대하고 허무맹랑한 서사다. 촘촘하게 흩날리는 사실관계의 씨줄을 가로질러 '삶'으로 엮어내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닌 우연이나 되풀이되는 바보짓으로 이루어진 날줄이다. 요컨대 명쾌하면 명쾌할수록 그것은 진실과 별 상관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