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너무 치열하게 읽고 있지는 않나요.
프랑스의 작가 다니엘 페낙이 <소설처럼>에서 "독자의 절대적 권리 선언"으로 초안을 제시하고 다시 작가 정수복이 <책인시공>에서 수정안으로 제시한 '독서 권리 장전' 은 이렇습니다.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책을 읽을 권리
3.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있는 권리
4.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5. 어디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6.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않을 권리
7.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수 있는 권리
8. 책의 아무 곳이나 펴서 읽을 수 있는 권리
9. 원하는 책을 다시 읽을 권리
10. 다른 사람들이 다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11. 권위 있는 기관의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
12. 책에 대한 정부, 학교, 부모의 검열에 저항할 권리
13. 책의 즐거움에 탐닉할 수 있는 권리
14. 반짝 독서를 할 수 있는 권리
15.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6.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
17.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은 책을 빌려주지 않을 권리
18. 읽은 책에 대해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을 권리
19. 당장 읽지 않을 책을 미리 사둘 수 있는 권리
20. 읽은 책과 자기 체험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책을 쓸 권리
1번부터 충격적이지 않나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권리를 자발적으로 말살(?)시켜왔던 거잖아요.
이걸 처음 접하고 직업적으로 아이들에게 앞장서서 각종 추천도서, 독서록 쓰기 등으로 독서권 수탈의 앞잡이 노릇을 한 것이 저였다는 것을 알고 허탈했던 게 생각나네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뭐, 한번 되돌아보잔 얘기겠죠.
너무 강박적으로 제대로 읽어야한다, 느껴야한다, 교훈을 얻어야한다, 남겨야한다, 배워야한다... 그런 독서를 하고 있지 않냐구요. 우린 너무 그러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다 떠나서, 다만 독서는 절대적으로 즐거워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