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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쌩긋 Nov 29. 2016

DOC여성혐오 가사 논란에 부쳐

(다소 거친 초고임을 밝힙니다.)


 2002년 대선 기간에 발생한 개혁당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두고 당시 개혁당 집행위원 유시민은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라는 발언을 하여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개혁당 여성회의는 당이 아니라 여성들의 ‘권익’만을 중시하는 것 같다, 당이 먼저인지 여성이 먼저인지 모르겠다.”라는 글을 뒤이어 당 게시판에 게재하여 쐐기를 땅땅 박은 이 발언은, 거대한 진보의 발걸음 속에서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은 부차적인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길이 남게 되었다.(http://femidea.com/?p=1243)


현재 상황도 비슷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 하야", "국정 농단 세력 척결"이라는 거대한 목적의식으로 똘똘 뭉쳐 백만명, 이백만명의 국민들이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그깟 케케묵은 여혐 논란이라니. 이제 좀 그런 분란은 스스로 자중하고 하나 되어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야하지 않느냐는 자성의 말들이 터져 나온다.



남성은 인간, 여성은 여성으로 간주하는 것이 가부장제이다.

(정희https://brunch.co.kr/@bookdb/991)


박근혜 대통령이 그 수많은 미용 주사들을 일과 시간에, 집무실에서, 일상적으로 맞아왔다는 것은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분노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양육과 가사노동, 직장노동을 병행하느라 워킹푸어, 타임푸어등 수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일터에서 가정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땅의 여성들이 더 많이 분노하고 좌절했을 일이다. 내가 종종거리고 있을 사이 돈 많은 여자들은 저러고 사나 하는 상실감에 여자들은 공적인 일보다 예뻐지는 데 더 관심이 있나봐? 하고 하루아침에 근거도 없이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모멸감을 덧붙인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다르다.”고 외친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여성들이 DOC의 가사가 마땅히 비판할 부분을 지적했으며 여성 혐오적이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서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것만으로 여성 인권이 향상되었다거나 유리 천장이 깨진 것이 아니라고, 실제 우리 여성들의 삶은 오히려 더 철저히 파탄나 왔다고 그토록 외쳐온 것이 무색해지고 만다.

지금의 상황이 그녀 개인만 혐오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온당한가? 잘못을 한 여성의 희화화는 당연한가? 아니다. 그 누구도 조롱당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폭력집회는 NO, 폭력가사는 OK?

개인적으로 나는 평화 집회 프레임에 갇혀 경찰이 둘러준 폴리스라인을 따라 행진하고 알아서 쓰레기를 치워주고 하는 것도 사실 분통이 터진다. 저들은 어떠하냔 말이다. 물대포로 사람 죽이고 일상적인 비정규직 양산, 고용불안, 그 돈으로 대기업 배불리기 등등. 하지만 이 평화의 시간들이 시민들이 나름대로 저들에게 보여주고 분노를 채워가는 시간이라는 브런치의 글을 보고 수긍하여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나 그토록 평화집회를 애호하고 버스 위에 올라간 사람도 시민들 스스로 내려오게하는 집회 대오들이 어째서 이런 욕설과 비난이 가득한 노래 가사에는 무감각한지 나는 아이러니할 뿐이다.

욕설이 폭력이 아니라 한다면 더이상 논의할 가치는 없다. 하지만 분명 향유할 의지가 없는 이에게 욕설은 폭력이다.

물리적으로 경찰과 빚는 폭력은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른 자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애꿎은 우리의 아들딸인 전경, 의경과의 싸움 아니냐고? 그 욕설도 전.의경이 듣는다. 유치한 말장난을 하자는 뜻이 아니라 폭력은 수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 같은 선에 있다는 뜻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이 모든 논란은 같이 가야한다

민주주의는 애초에 지난하고 지루한 과정이다. 아테네 광장에서 시민들이 모두 하루아침에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내지는 않았을테니까. 해일이 오더라도 조개를 줍는 동료와 같이 쭈그려앉아 조개를 주워주고 방호벽을 세우고 다음 해일을 대비하는 것, 나는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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