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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쌩긋 Sep 30. 2015

도서관의 금서들


가끔 <Why? 사춘기와 성>을 빌려간 1학년 학생들이 엄마가 도로 갖다 주고 오랬다며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러 오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서 선생님들은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이 이런 책을 벌써 어떻게 보냐며 직접 폐기처분 요청을 받았다고 어찌해야할 지 토론을 요청한 적도 있다.

아마 모든 사서선생님들이 이런 경험을 할 것이다. 특히 수서 과정에서 ‘이런 책을 도서관에 두고 아이들에게 읽혀도 될까?’ 라는 고민에 빠진다. 물론 선정도서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학교도서관 경영 이론서에 명시되어 있다. 학생의 발달과정을 고려하고 정설이 아닌 역사 이론을 담고 있거나 폭력성, 선정성이 짙은 책은 제외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자료는 선정하지 않고 정치적 입장을 가진 책은 그와 반대되는 입장을 담은 책도 함께 선정하라고 말이다.


도서의 선정성, 폭력성, 정치성 등의 수위를 판단하는 데는 그 책을 보는 사람의 ‘관점’이 크게 작용한다. 매일 학생들을 만나며 도서관 책에 대한 반응을 접하는 사서의 관점에서 ‘이 정도는 금지할 책은 아니야’라고 판단하고 선정도서 목록에 넣어두었다가 선정위원회 회의에서 반론에 부딪혀 금서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사서의 개인적인 신념과 철학에 의해 선정도서 목록에 오르지 못하거나 서가에서 빠지거나 금서가 되는 책도 있을 수 있다. 책 선정 과정을 심의하는 자료선정위원회가 있지만 수백 권의 선정 도서에 대해 사서만큼 꼼꼼히 조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서의 책에 대한 관점은 학교도서관의 금서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지난달에 열린 <금서 읽기 주간> 포스터


<금서 읽기 주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


지난달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9개 단체가 결성한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 시민연대>에서 주최한 제 1회 금서읽기 주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뚜렷이 갈린다. 내가 읽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책이 누군가에게는 타인이, 어린이가, 학생들이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책이 되는 것이다.


 사서가 자신의 교육철학과 도서관 운영 원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는 이유이다.

학교도서관에서는 어떤 책을 금해야하나?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정답은 없다. 오히려 이 질문이 온당한지 고민해 본 다음에야 학교도서관에 적합하지 않은 책을 선별하는 작업이 가능할 것이다.

‘도서관인은 지식자원을 선택, 조직, 보존하여 지유롭게 이용케하는 최종책임자로서 이를 저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거부한다“라는 도서관인 윤리선언을 떠올리면서 학교도서관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과 열린 자세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금기시되는 책‘이 아닌 ’금지해야 할 책‘을 선별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도서관저널>, 2015년 9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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