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는 싫어했던 때가 있었다. 유독 마라톤과 복싱을 좋아하던 아빠가 티비를 틀어놓기만 하면 질색을 했는데 특별한 계기로 복싱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복싱이 폭력적이라고 싫어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복싱만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것, 모든 스포츠는 폭력적이다. 그리고 복싱이 조금 더 노골적으로 그것이 드러날 뿐이다.
예를 들어 피겨선수들은 한쪽으로만 스핀을 돌고 점프를 하는 통에 골반과 척추가 한쪽으로 틀어져 있다. 워낙 혹독한 운동이어서 그들의 전성기는 16-18세이고 겨우 20세면 은퇴를 생각한다.
배구 선수들의 허벅지 근육은 자주 경련이 일어나 경기 도중에도 무시무시한 송곳(?) 같은 것으로 찔리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마찬가지로 구기종목 선수들에게도 크고작은 부상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예술은 또 어떠한가. 발레리나들의 지독한 다이어트를 위한 고통, 인간의 자연스러운 직립 보행을 무시한 토슈즈 모양 때문에 변형된 발. 아름다움이라는 이유는 폭력이 아닌가.
그러니 우리는 모두 어느정도의 폭력 위에 짓고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폭력은 서로가 서로에게 행하는 가학적이고 나쁜 폭력이 아니라 발전적인, 연소하여 내부의 힘을 만드는 에너지로 사용되는 무형의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