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쌩긋 Oct 04. 2015

가르친다는 것

오지랖과 가르침 사이

날 때부터 발에 쇠고랑을 찬 채
평생 다리도 펼 수 없는 작은 감옥에 갇혀살던 사내가 있었습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이 곳이 세상의 전부려니, 별 불평도 없이 살았는데 말입니다.

딱 하루, 창이 열리더니
달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내는 그만 달빛을 사모하게 되었지요.
이제 평생 달빛을 볼 수 없는데 말입니다.

달빛을 보게 된 건,
사내에게 잘 된 일입니까?
아니면 잘 안 된 일입니까?



위 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절정>이라는 광복절 특집극에서 이육사의 대사입니다.

 보통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타인에게 가르침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늘 경계하고 생각해야지 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보기에 답답한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 "저기 봐, 저기 다른 세상이 있어!" 하고 함부로 말해대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도움이 되며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일이었던가. 알량한 내 오지랖이나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진짜로 달빛을 모르는 이에게 달빛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 주는 길은 잠시 잠깐 창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벽을 허물어주는 것, 그 감옥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할테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