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쉽을 믿지 않는 이유
소문은 파리 떼 같은 것이다. 한 번 들러붙기 시작하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뿐 아니라 몸에 붙은 마지막 파리를 떼어냈다고 생각한 순간, 맨 처음 살갗에서 떨어져 나갔던 파리가 깐 알들이 어디선가 부화하여 새로운 파리 떼가 눈을 번뜩이며 몰려오게 마련이다.
<한달간의 사랑>, 전아리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남의 인생에 관심을 기울이고 평가를 해댈까. 자신이 만난 단 몇 시간, 몇 분 심지어 건너들은 이야기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 전체와 영혼까지 평가내리는 능력은 참으로 놀랍다.
별다른 의미 없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 거창한 심리학적 분석을 거쳐 이미 나는 새로운 인격으로 조립되고, 친밀감이나 걱정 혹은 무관심한 보태기말로 버무려진 뒷이야기들은 내가 삐끗하고 자신들에게 거슬리는 행위를 하는 즉시 곧바로 야멸차고 냉담한 공격으로 되돌아온다.
자기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아무리 해명을 해도 자기가 경험하지 못하거나 본인 수준에서 이해하지 못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증거자료를 내놓으면 그래? 그건 그렇고 그럼 이건? 하고 다른 걸 트집 잡는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져도 그건 싹 사라지고 헤프닝이 일어났던 그 사건만 중요해져서 결론적으로 잘못이 없던 사람조차 잘못한 게 되어버린다.
군중이라는 파도는 어떤 파도타기 선수라도 좌절시키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