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가짐

다락방 연인들에게

친구를 이별의 감정 쿠션으로 이용하지 말아요

by 쌩긋

연애를 시작하면 연락이 두절되는 타입의친구들이 있다. 분명히 몇 주 전부터 선약된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엔 오빠랑 어디 가야해, 미안해~, 아 수요일엔 안되구, 아 그날은 영화보구... 블라블라.



그러다 그 연애가 끝나면 우리에게 찾아와 울고불고 역시 너희 뿐이야 어쩌고저쩌고. 이게 반복되다 보니 이젠 믿지 않는다. 이별 극복의 감정적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도 한 두번이니 말이다.



연애가 시작됨과 동시에 내 세계를 내팽개치고 연애 상대와 함께 다락방에 들어가 도끼 자루가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눈만을 들여다보며 알콩달콩 투닥투닥하는 사이 주위의 친구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기 마련이다. 다락방 연애가 반복되고 마지막 연애가 끝나는 순간 내 곁에 남은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해리 포터가 다니는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는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필요의 방"이라는 것이 있다. 도망칠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 최적의 숨을 장소로 나타나거나 비밀리에 마법 연습을 할 곳이 필요해서 고민중일 때 마법 연습을 하기에 딱 안성맞춤인 곳으로 나타나거나 하는 식이다. 다만 그 방은 딱 그 사람, 그 요구를 한 이들 앞에만 나타난다. 다른 사람은 아무리 찾아헤매도 절대 발견할 수도, 들어갈 수 없다.

다락방 연애는 이를테면 두사람이 이 필요의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연애가 끝나면 필요의 방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서로를 원했던 두 사람이 사라지니까, 이세상 그 둘 말고는 아무도 그 사랑을 필요로하지 않으니까.

사랑이 끝났다고 두 사람의 추억과 기억까지 사라져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랑했던 두 사람만의 소중한 기억조차 폭파되지 않도록, 일상과 격리되지 않도록, 그리고 이 세상이 충분히 내 사랑을 받아들여줄 수 있도록, 다락방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