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가짐

"나랑 사귀자."의 다른 말은 "나랑 사귀자"뿐.

전혀 멋지지 않았던 그의 고백을 받아준 이유는.

by 쌩긋

"난 좀 제멋대로야. 정에 약해. 그리고 조금은 병신같아."
"왜?"
"몰라, 나 누나 좋아하나봐."
"병신인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잖아.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된거니까."
".....그럼 나도 병신인가봐."
"...! 그냥 우리 같이 병신하자 그럼."


로맨틱하지 않다.

전혀 고백의 TPO를 따르고 있지도 않다.

단어 선택 역시 아름다운 고백의 자리에서 내뱉을만 한 게 아니다.

그런데 이 고백은 성공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러나 무대뽀로 고백부터 하려 들면서 멋들어진 멘트, 감동스러운 이벤트 등부터 생각한다면 그 고백은 실패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편의점 알바생이 저를 보고 웃어줬어요. 제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남자로서 고백해줘야 하는게 도리겠죠?

하는 인터넷 게시판 답답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성되는 현상 말이다.


이 고백을 받아준 이유는 그동안 그와 쌓아올린 공감대 때문이었다. 나랑 대화도 잘 통하고 이 사람이랑 얘기하면 너무 재미있고 더 얘기하고 싶고 좀더 알고 싶어져서이지 고백 자체가 멋있어서가 당연히 아니었다.


누구라도 관심없는 사람에게 받는 고백의 말이 황홀해서 홀딱 넘어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고백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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