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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쌩긋 Nov 02. 2015

포기하지 않으면 무지개가 보여요

 

 처음 떠나게 된 해외여행에서의 내 계획은 아무 의견없이 같이 간 친구들을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첫 출항한 기념으로 싸게 판매한 항공사의 1년 후 비행 스케쥴을 티켓팅을 해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내게 친구 두명의 여행 취소는 청천벽력이었다. 국내선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던 나였기 때문에. 그 둘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공항에 가면 해야할 일부터 그림까지 그려서 알려주었다.


 저가 항공이라 새벽에 쿠알라룸프르에서 오랜 대기를 포함한 경유가 한 번 있고 도시를 총 세 번 옮겨다니고서야 한국으로 돌아오는 꽤 복잡한 자유여행이었다. 나는 친구가 미안함의 의미로 예약해준 방콕의 호텔을 제외하고는 숙소부터 일정까지 모두 내가 알아보고 예약해야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것은 "나도 취소할까."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귀찮고 무섭고 힘들고 외롭고 화도 나지만 내게 생긴 변수 앞에서 도망가지 않았다. 

그리고 어메이징한 열흘을 보내고 까맣게 그을려 돌아왔다.




 그때 내가 포기하고 말았더라면 짜오프라야강 크루즈에서 함께 춤췄던 P도, 쿠알라룸프르에서 산다라박 팬 루카스도 만나지 못했을테고 끄라비의 기가막힌 바나나로띠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망설이지 말자. 

아니 망설이더라도 끝내는 도망가지 말자. 

소나기가 거세다고 도망가 버린다면 소나기가 지나가고 올 무지개를 볼 기회를 놓치게 되니까.


끄라비 보그 백화점 앞에서의 바나나로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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