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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kate note Oct 04. 2024

운명

가설




인생을 살다 보면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이상하게 발생하는 나의 갑작스러운 이야기들.




얘들아, 오늘은 이렇게 시작해 보자,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과 주제글쓰기를 할 때 이렇게 시작하기도 한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아이스브레이킹처럼 문장의 첫 실마리를 주는 것이다.





우연히 만나는 것일까
만나야 할 운명이기에 만나는 것일까




우연히 만나는 것일까

만나야 할 운명이었기에 만나는 것일까,



이 의문은 나의 꽤 오래된 질문이고 이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며 일종의, 나만의 가설을 세우게 됐다. 매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그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뭔가, 정해져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때 왜 하필 그런 경험을 했을까, 그때 그가 왜 나에게 왔을까,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나고 보니 희미하게 연결되는 것들이 알고 보면 꽤 선명한 자국이었던 것들. 때로는 잊으려고, 억지로 거스르려고 외면했었는데... 벗어나려 할수록 나를 옭아매는 느낌이 들었던 일들.



어찌 되었든 나에게 일어나는 억겁의 일들로 인해 나는 나만의 가설을 만들었고, 그것을 증명해 보려는 실험의 일환으로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직감과 영감을 그대로 따르며 살아가는 중이다.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직감과 영감을
그대로 따르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어가며,

‘꼭 알아야 할 것만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경험들이 쌓여갔다.



사실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라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던 사람, 이상하리만큼 강렬하게 낯선 감정이었고, ‘알아야 할 것 같은‘ 익숙한 기운이 통했던 사람과 8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지금도 내 곁에서, 아직도 나와 함께 시간을 쓰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상황들은 그냥 그렇게 되게끔 ‘설정’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카르마 등 그와 같은 결의 단어들처럼 말이다. <데자뷰>라는 영화를 꽤 인상 깊게 보고 한창 운명론, 우주의 기운을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고, 애매한 나의 심정들은 양자역학의 이야기로 뻗어갔다. 다행히 특정 종교에 심취하지는 않았고, 감사하게도 첫 대학교 신입생 필수교양이었던 채플과 종교학을 시작으로 각각의 종교를 있는 그대로의 학문으로 배웠다.





어쨌든,





혹자에겐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느끼는, 이 요상 망측한 운명스러운 일들과 나의 직감들을 어느 정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고, 어떠한 슬픔과 고난이 오더라도 그것들을 그 상태 그대로,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로 연습했다.





Have we met before..?




희한하게도

어떤 사람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아, 이번에는 당신이군요...

아, 이번엔 너구나...

당신으로 인해, 너로 인해

내가 또 한번 변화하겠구나...



하는 찰나의 묘한 울림이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는 이러한 무형의 것을 ‘기운’이라 하기도 하고, ‘운명’이라고 하고 하기도 하고, 또 ‘인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금 내려놓아도 돼요
조금 더 멀어져도 돼요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유난히 아팠다. 잡히지 않는 혈압의 불균형으로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힘든 순간마다 우연히 마주친, 운명처럼 만난 누군가로부터 힘이 되는 말을 들었다.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 조금 더 멀어져도 된다는 말이 참 감사하게 마음속에 따스한 위로로 남아있다. 상처를 치유하고 감내하는 과정들 속에서, 아직도 조금씩 내 안의 슬픔과 아픔을 벗는 중이다.







작가의 조금 더 개인적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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