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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kate note Nov 08. 2024

그저 그런 날도

모이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 01. 안녕, 양말목


누군가에게 불필요한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활동의 재료가 되어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환경교육을 위해 시작한 업사이클링(Up-cycling), 양말목으로 공예품을 만들었던 포근한 기억이 있다. 뜨개질이 어려워 동기를 놓친 아이들도 손가락과 양말목만 있으면 뚝딱뚝딱 모양새가 갖춰지는 노작활동에 즐거운 미소를 띤다. 잠시 남은 시간에 머리를 비우고 싶은 이들에게도 제격이다. 양손의 바삐 교차되는 반복으로 조직적인 얼개가 엮여가는 모양새가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양말목 개념을 처음 만났던 시절 초록창에 양말목을 검색해 보고는 대량의 값싼 수업재료가 있음에 신기했었다. 양말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양말 앞코 마감을 위해 잘리는 가위밥이 양말목이었다.





# 02. 그저 그런 날입니다


가끔은 별로인 날의 연속으로 멍해지는 순간이 있다. 자투리 시간에 꽤나 멋진 재료가 되는 양말목도, 엮이지 않은 채 모여 있으면 그저 그렇다. 손으로 얼기설기 교차시키며 엮어야 무슨 모양이라도 갖추게 된다. 그저 그런 날을 그냥 쌓아두면 짐덩어리가 될까 봐, 이렇게 한 번이라도 엮어낸다. 그래도 꺼내서 정돈하며 연결하다 보면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 03.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다


’어, 뭔가 잘못됐다.‘

온몸을 감싸는 싸늘한 기운, 그 속도는 늦출 수 있을지언정 다가오는 그것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마주하는 그 장면이 허무하고 어찌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먹먹함으로 여운이 남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로 놀라는 순간이 많다 보니 일상에서 ‘조심’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어 있다. 돌다리 여러 번 두드리는 사람으로서, 그나마 내 시선과 감성을 담은 아이들을 외부 공간에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삶의 균형과 안락함을 찾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부담스러운 글쓰기를 어떻게 하느냐 묻지만, 나는 이렇게 작게나마, 뭉개진 마음 덩어리들을 쏟아낼 수 있음에 다행이라고 이야기한다.





# 04. 그래도 조금씩 단단해지는 중입니다


스트레스를 흡수하지 않기 위해, 나를 지키기 위해 호흡법을 배웠었다. 힘든 시기에 명상과 마음챙김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외부 자극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오롯이 여기, 지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숨쉬기. 뇌가 성나기 전에 크고 느릿한 호흡으로 뇌를 속이기 위해 노력한다. 한숨 먼저 크게 들이마시고 이내 후우... 길게 내쉬며 숨을 가다듬는다. 하루하루 성장하는지 나름대로 마음속 방패가 단단해지고 있는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 내가 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여기까지임이 느껴지는 탓에 처음엔 철렁했던 마음들도 이제는 조금씩 무뎌진다.





# 05. 믿는 마음으로 바라보다


그다음은 열린 결말의 모습으로, 그저 믿어주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시간을 갖는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에 후회하지만 또 이내 그럴 수 있다, 그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았음에 감사하다 싶다. 서로 얽히고 엮여가는 과정은 답답하지만, 멀리서 보면 조금씩 동그랗게, 점점 원만하게 모양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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