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는 우리 모두가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공간
나는 아이가 먼저 하고 싶어 하는 뉘앙스를 풍기면 그 즉시 그 호기심에 불을 붙여주고 싶어 하는 행동파 엄마다. 이유식을 시작할 때 즈음 숟가락을 혼자 집고 싶어 했을 때도 그냥 쥐어 주었고, 식당에서 스스로 먹고 싶어 할 때도 그 요구를 들어주고는 식당 바닥을 나 혼자 묵묵히 청소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매우 좋겠지만, 엄마인 나도 인간인 지라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해 조금만 아이가 힘들게 해도 욱하며 화를 내는 그런 시기가 왔었다. 아무리 모성애로 순화시켜 보려고 해도.. 호르몬이 또 변화해서 그런 건지 잠 못 자고 밥 못 먹어도 아이가 예뻤던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순간들은 다시 오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아이와 나의 삶에 발란스를 맞추어 보기로 했다. 아이가 원하는 것 50% 그리고 나의 희생에 대한 보상 50%. 그 결과 7살과 5살 아이들은 스스로 방 정리를 했고 (방 정리의 결과물은 그냥 엄마가 눈감고 넘어가야 정신 건강에 좋다.) 본인들의 빨래를 챙겨가 옷장에 넣고 (깔끔한 옷장만 포기하면 된다. 어차피 옷장 밖으론 너무나 깨끗하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정리한다. 그 시간을 벌어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내 생활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유치원 생활을 한 지 3개월이 된 첫째는 요즘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광개토대왕 (국 개토 대왕이라고 발음..), 유관순 (육관 신으로 발음...) 그리도 똥(상단 위인들과 관계없음...)에 관심이 많다.
3일 내리 휴일인데 어디갈지 묻는 남편에게 아들이 관심이 있는 위인들과 관련된 것들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을 찾자고 했다. 독립문을 생각했었다가 그 분위기가 아직 유치원생으로써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순신 동상과 이순신 박물관이 있는 광화문으로 떠났다. 가는 길에 종로 쪽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오늘 광화문은 시위 때문에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시국에 온 국민에게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차를 돌려 전쟁기념관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구글 검색에 이순신 거북선을 검색하니 광화문 박물관과 함께 전쟁기념관이 나왔던 것이다. 용산으로 향했다
마침 날씨도 너무 좋아서 가족 나들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거북선은 어린이 박물관이 아닌 일반 전쟁기념관에 있었는데 한 시간에 300명 입장 제한이 있다. 그나마 아침에 가니 한산했던 것 같다. 우리처럼 아이들과 함께 온 많은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어떤 아버지 들은 도센트를 직접 자처하며 훌륭한 역사 지식으로 아이들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최첨단으로 만들어진 동영상이며 아이들이 직접 보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다듬어진 전시관들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지루할 수도 있는 역사공부인데 박물관을 체험하면서 아이들은 신나라 했다.
넓은 광장 가장자리에 우리나라에 파견되어 목숨을 잃은 군인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이 있었다.
정말 많은 나라에서 이렇게 파병을 와주었구나 새삼 느꼈고... 아이들과 함께 이 이름들은 정말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이고 왜 고마워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5살 둘째는 아직 잘 모르지만, 7살인 첫째는 박물관을 돌아보며 War(전쟁)은 나쁜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슬픈 것이라고 나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은 느꼈다. 저 이름들을 보며 이야기할 때에도 전쟁으로 엄마, 아빠 또는 형제자매를 잃는 다면 얼마나 슬플까에 대해서도 공감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이렇게 배우는 시간은 잠시.. 사실 대형 탱크 모형에 제트기 모형까지... 신나서 뛰어다닌 하루였지만, 나중에 초등학교나 중학생이 되어서도 책만 보다 지루하면 자주 와서 직접 체험하며 공부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질랜드에서 살 때는 Regional Park라는 국립공원들을 많이 다녔다. 수입의 30%나 세금으로 나가다 보니 내 세금이 쓰이는 곳을 꼼꼼히 찾아다니며 그 혜택을 누리려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한국은 이런 박물관이나 아이들 교육시설들의 인프라가 훨씬 잘 갖추어져 있다.
아이들과 앞으로도 주말에는 체험학습처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녀 봐야겠다. 바쁜 엄마에게 또 다른 미션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