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자 교육을 늦게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이유
5살인 우리 둘째는 책을 하나 고르면 그 책을 한 달간은 본다. 계속 반복해서 20번도 더 읽어달라고 하는데,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서 왜 똑같은 것을 읽느냐는 말 한마디 꺼내지 않고 늘 흔쾌히 읽어주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 책 읽어주세요!" 하며 잠옷을 입은 둘째가 책을 들고 왔다. 최근 매일 읽어달라고 하는 '미노와 백혈구 경찰들'이다. 첫 장을 펼치고 읽으려 하자 "어? 엄마 나도 이제 이거 읽을 줄 아는데..." 라며 나섰다. 아직 기억, 니은 밖에 구문 못하는 아이인데... 읽을 리 만무했다. 문자를 빨리 익히고 싶어 했던 첫째는 조기에 문자를 배우도록 그냥 두었다. 핀란드에서는 8세까지 문자 교육이 법으로 금지라지만, 아이들마다 혹시 다를까 싶어 첫째는 일찍 시작했지만 둘째는 그냥 놔두었다. 사실 유치원 생활을 하는 동안은 재촉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읽을 수 있다더니 정말 책에 있는 여섯 문장을 모두 맞게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서를 모두 맞게 외워서 이야기를 했다. 유심히 살펴보니 그림에 그려진 모습들을 소스 삼아 문장의 순서를 외운 듯 보였다.
몇 장 뒤로 넘기며 읽어주다 보니 중간중간 정확히 기억하는 구간들이 있었다. 백혈구 경찰들에 대해서도 그림을 보자마자 아이는 이야기를 펼쳤다. 내용만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백혈구 경찰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일에 대해서도 내용에서 더 나아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나는 머릿속에 전구가 띵 하고 켜진 느낌이었다. 이래서 반복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구나.. 이렇게 아이가 무언가 암기를 할 수 있는 기반 즉 독서를 하면서 내용을 익히는 기반을 쌓는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그런 것이었다. 결국 독서를 통해 내용 파악을 잘하고 그 내용을 머리에 담을 수 있으면 그대로 공부 실력이 되는 것인데 미취학 시기는 아무리 반복학습을 하여도 지루하지 않아 하는 시기이고 독서의 기초를 잘 쌓을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창의력을 담당하는 우뇌는 만 7세부터 서서히 발달이 지연된다고 한다. 그래서 문자를 그림으로 알아보는 미취학 시기에는 그저 그림으로 구분하게 두는 것이 좋고 정작 문자 교육은 좌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인 만 7세부터가 적기라는 것이다.
오빠를 따라 한글을 보다 보면 5세 둘째는 '쓴다'가 아닌 '그린다'라고 표현한다. 문자를 그림으로 본다는 증거 중 하나이다.
앞으로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는 4년 뒤까지 내 목이 성치 않을 것은 자명했다. 안 그래도 말을 계속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목 관리가 중요하지만 아이들 책을 꾸준히 읽어주려면 더더욱 그러하다.
*독서 습관 포인트
- 미취학 아동: 엄마나 아빠가 꾸준히 읽어주기.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더욱 좋다. 영어나 한국어 가리지 않고 읽어 준다.
- 1-2학년 아동: 30% 만 읽어준다. 앞부분만 읽어주고 뒷부분은 직접 읽게 한다. 소리 내어 읽고 독서시간이 길수록 즉 천천히 읽을수록 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