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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e kwon Apr 05. 2016

엘에이 근교, 쉬기 위한 바다 캠핑

hobson county park

나에게 캠핑은 원하는 목적지의 베이스 캠프에서 숙식을 하는 의미로.. 주변의 경관들을 둘러보고 경험하고 베이스 캠프로 돌아와 몸을 쉬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할 것 같다. 올해는 먼 곳들 보단 집에서 멀지 않은 곳들로 예약을 했다. 가고 오가는데 시간을 덜 쓰고 좀 더 쉬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엘에이 카운티에서 북서쪽 바닷가에 접해 있는 ventura county는 흙 속에 진주알 같은 곳이 많다. 엘에이에서 가깝고 사람들이 의외로 모르는 바닷가 캠프그라운드가 세곳이 붙어 있다. Faria beach campground  그리고 바닷가 해상도로위에서 캠핑 할 수 있는 rincon parkway north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머문 hobson beach campground 이다. 그 아래로 주립 캠프그라운드인 emma wood state park이 있다. Faria beach와 hobson beach 캠핑장은 훅업이 없는 사이트와 있는 사이트 가 섞여 있고 성수기엔 first come first serve, 선착순이고 비성수기엔 예약을 받는다. 바닷가에 길게 일마일 이상 줄 서 있는 rv장관을 볼 수 있는 rincon parkway는 훅업이 없지만 언제나 평일 휴일 가릴것 없이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 역시 first come first serve사이트 이다.

정말 남편과 처음으로 밤이 아닌 저녁때쯤 캠핑장에 도착하려고 노력을 했다. 31개의 캠프사이트 밖에 없는 작은 곳인데다 드라이브 웨이 좁고 우리 캠핑카는 트레블러 트레일이라 뒤로 후진해서 rv를 넣는 것이 쉽지 않고 (우리만 어려운걸로 판명.. 다른 이들을 몇번만에 뚝딱 넣더라) 우리 사이트는 맨끝에 위치하는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저녁 여섯시쯤 캠프사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왠걸...누가 떡하니 우리사이트에 진을 치고 있더라. 사진 왼쪽이 우리가 예약한 29번인데 누가 이미 진을 치고 있었고 아이만 캠프사이트에 있었다. 여기 우리 사이트야 하니 애는 어버버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오른쪽 사이트 아저씨가 자기자리에 있었던 사람에게(불법임. 그리고 그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돈을 받았음 )그 사이트를 사면서 우리 사이트까지 사서 옆사람들에게 선의로 준 거 였다. 워냑 미국 사람들이 이런일에 꽤 철저하고 준비성이 좋아서  처음 겪는 일이 이해가 잘 되지않았다. 캠프사이트 호스트 (캠프장 관리도 하고 화이어 우드도 판매)에게 말하고 그새 돌아온 내 사이트를 차지 하고 있던 아이의 부모에게 말해서.. 그들이 짐을싸고 rv빼는 동인 한시간반을 기다려야 했다. 게시판만 봐도 누가 예약을 했는지 알았을텐데.. 비성수시 성수기 예약시스템이 달라서 이런 일이 생길 수 도 있겠다 했지만.. 빠르게 지는 석양에 마음은 초조해졌다. 그새 우리의 이야기가 퍼졌는지 지나가는 이웃 캠퍼들의 위로도 받고.. 잡담도 하면서 시간을 떼웠다. 우리집 트레일러보다 크다 보니 나갈때 앞쪽 캠퍼가 차를 빼주고서야 나갈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캠퍼들이 그 광경을 구경했다. 우리집 트레블러 트레일러 가 들어갈때 앞집 옆집 캠퍼들이 나서서 도와주어서 어둠을 등지고서도 무사히 우리 사이트에 안착 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이웃 캠퍼들의 구경거리. 저녁을 벤츄라 시에 나가서 해산물을 투고해 오면서 우리를 도와 준 캠퍼 네 분에게 와인 한병씩 선물했다. 정말 고마웠다. 우리 둘이 트레블러 트레일을 후진으로 넣기랑 거의 불가능 했을 것 이다. 그동안 주변 캠퍼랑 그렇게 교감하는 스타일이 아니였는데 이번에 도움을 받아보니 감동이 휠씬 컸다.

제군들이여 걸을 준비가 되었는가?
자세히 보면 앞쪽으로 rv들로 가득한 rincon parkway campground가 보인다

아침 일찍 바로 바다 옆 캠프장의 이점은 ... 파도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는 점 일 것 이다. 덕분에 강아지들 두 녀석의 산책 시간도 앞당겨졌다

 입구에서 본 우리 캠프장 전경 바로 앞이 바다다!!!
바다는 끝없이 바라만 보아도 좋다
아직 달에 떠 있다
가운데 드라이브웨이를 양쪽에 낀 첫번째 rv가 우리사이트다

아침이 썰물때라 백사장이 살포시 들어났다. 그 귀한 시간이 지나갈까 강아지들 데리고 바닷가로 나가보았다

사람이 없어서 아이들을 풀어 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워냑 한적하니까 다들 강아지들을 풀어 놓았다.신이 나서 탐험하고 흔적도 남기고 바쁘다

파도기 워냑 세서 일까 작은 돌이 바위에 동글동글 구멍들이 만들어져 있다

아무것도 안하기로 했지만 아침에 드립커피는 필수이다. 다른 캠핑처럼 트래킹이나 관광코스를 둘러볼 필요도 없고.. 해안가 옆으로 난 인기좋은 자전거 코스가 있지만 자전거를 손 보지 못해 가져오지 않아.. 그냥 쉬기로 해서인지 당연히 주제는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이야기만로 가듣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걷고 놀아도 또 나가고 싶은 리오

오전 아홉시가 되어 가자.. 만조가 되서 백사장이 모습을 감추었다. 우리 사이트 위쪽으로 산타바바라행 암트랙이 지나간다.

있는 게으름을 다 피워보아도 아침 열시반이다. 우선 벤츄라 시에 있는 훌푸드 마켓에서 장을 보고 ventura bonaventure park안에 있는 오이스터 트럭인 jolly oyster 에서 40개의 굴들을 사왔다. 굴을 까는 도구shucker 도 사왔고 지난번 남편이 굴을 어떻게 shucking하는지 잘 배워왔으니 실전이다. 굴 깔때 꼭 작은 수건에 굴을 올려 놓고 굴의 끝부분 살짝 틈이 보이면 그곳에 도구를 45도 각도로 넣고 구멍이 생길때까지 밀어넣고 구멍이 생기면 양쪽으로 위 뚜껑 부분을 따 주듯이 밀어 올리면 된다. 나 먹여 준다고 남편이 고생하며 따는 걸 보다가 나도 남편에게 배워서 해봤는데 처음엔 잘 안되더니 나중에 손에 익어 거의 숙련된 사람처럼 잘 땄다. 어찌나 신선하고 맛이 있는지 굴을 최근까지 먹질 못했다는 사실이 원통할 정도였다. 40개이상사면 굴 한개에 일불이다. 일불에 신선한 굴이라니...배를 굴로 채우는 날이 올 줄이야.

우리집 강아지들이 워냑 힘도 넘치고 남자사람을 싫어하고 다른 강아지들 보면 험하게 짖어서 이런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다. Rv밖에 자리를 펴고 누워서 이 녀석들과 햇볕을 즐길 수 있다니.. 아침내내 걷고 바다에서 놀아서인지 밖이라 신경이 곤두섰다가도 금방 잠이 들었다


화장실 건물. 건물 앞에 개수대가 있어 설겆이 가능
카페도 있다 양쪽 옆으로 샤워실이 있다

두번째 날 일요일은 부활절이여서 아침부터 엄마들이 달걀 모양의 쵸코렛 캔디등을 여기저기 놓는걸 보았다. 저 많는걸 누가 다 집어가나 했더니.. 아이들이 엄청많았다 호스트 친구들 아이들로 보이는 아이들끼리 합세해서 출발 신호와 함께 흥분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다닌다.

우리 사이트에도 숨겨진 달걀들

아이들을 우르르 몰려 다니고 부모들을 열심히 사진을 찍고 노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종교없는 나도 달걀을 잘 찾나 못 찾나 보게 되고 ... 아이들에게 힌트도 주고 나도 모르게 참여하고 있었다. 남편은 어제 저녁 부터 트레블러 트레일러 뺄 생각에 고민이 많았는데 넣을때 도움을 제일 많이 주신 아저씨 덕분에 너무 허무하게 쉽게 뺄 수 있었다. 맛있것들  많이 먹고 이웃 캠퍼들과도 많은 교감을 한..... 글자 그대로 " 먹고 쉬고 사랑하고 교감한".캠핑이였다. 근데  정말 아무것도 안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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