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Angels Landing
한국에 유명산들 중 형세 좋고 아름다운곳들 중 선녀가 들어간 곳들이 많다. 선녀봉, 선녀 바위, 선녀계곡등으로 불러진다. 미국의 선녀봉 버전은 angels landing 되겠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름과 다르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트레일 중 한 곳이다. 2004년 이후로 6명이 추락사하였고 2011년 추락사를 강력하게 경고하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2015년까지 단 한명도 추락사가 없었다고 한다. zion national park은 공원밖에서 비지터센터 까지 오는 셔틀과 비지터 센터에서 출발해 공원내 순환하는 셔틀이 있다. 공원내에 있는 단 하나 있는 lodge에 묵는 사람들 외에는 차를 가지고 들어 올 수 없다. 주말에는 공원내로 들어오는 셔틀들은 사람들로 가득차므로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워냑 유명한 곳이라 유럽 관광객들이 많은데 특히 독일인들이 많았다.우리 앞, 우리 옆 사이트들 역시 rv를 빌려서 여행하는 독일인 가족들이였다. 앤절스 랜딩도 우리는 좀 늦게 시작했다. 워냑 처음 오는 곳이라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트래킹은 정말 해가 쨍쨍한 점심때 시작하게 되었다.
밑에서 소로들을 올라가면 얼마나 올라왔는지 얼마나 꼬불꼬불한지 모르는데 위에서 잠시 내려보니.. 와우..
첫번째 switchbacks가 끝나고 그늘과 평지가 나오는가 했더니
강도 약하지만 두번째 switchbacks 를 올라가야만 했다. 올라서자 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세번째 switchbacks 진짜가 나타났다. 어서와 이런 스위치백은 처음이지....
드디어 올라왔나 보다 했더니... 왠걸 지금까지는 예고 편이였다. 진짜는 지금 시작.... 왼쪽으로 보이는 표지판은 "여기서 떨어져 죽을 수 있으니.. 그 모든 건 니 책임" 라는
문구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오직 체인하나에 의지해 바위를 기어오르는 트레일이 시작되었다.
처음 올라갈땐 떨려서 사진 생각도 못하고 덜덜 떨면서 올라가다 안전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슴뛰는 소리가 마구마구 들린다
양쪽 낭떠리지를 두고 좁게는 3미터도 될까한 곳을 지나기도 했다. 저 멀리 우리가 시작한 곳이 보인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옆으로 갔다. 도대체 천사들이 내려설 평평한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발을 어디다 두고 올라가야 할지 모를 90도로 올라가야 할 곳도 있다. 체인에 두팔에 가득힘을 주고 올라가야 한다.
며칠전 큰 비로 흙탕물이 유유히 흐르는 강을 끼고 도도히 바위가 서있다.
우와 올라왔다. 기념사진을 안찍을 수없었다. 생존 보고 같은 기념사진. 정신없이 사진 찍을 여유도 없이 올라오다 보니 어느새! 드디어! 꼭대기가 평평한 앤절스 랜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산하는 중... 저 위가 앤절스 랜딩이다. 내려가는 우리와 반대로올라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제서야 나도 저렇게 올라갔구나 되짚어 보기도 하고... 남들이 올라가는 것만 봐도 공포영화보듯이 섬찍하기도 하다.
약간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는 트레일임을 온 몸으로 느꼈다. 손은 땀으로 흥건하고 얼굴을 겁에 질려있고..
아 살아돌아왔다 안도감과 긴장에 의한 피곤함이 남편 얼굴에 가득하다. 아직도 더 내려가야 한다.
나 떨고 있니.....? 이때 찍은 사진 중 웃는 사진은 거의 없다. 뭔가 쫄아있는 느낌
다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세번째 switchbacks 아깐 죽겠더니... 한 줄 체인에 의지한 목숨을 건 트래킹 덕분에 가뿐하게 느껴진다. 몸도 가볍고.. 룰루랄라..아직도 힘이 남아 있다니
세번째 switchbacks을 위로 올려다 본 모습..
게다가 그늘까지 졌으니.... 아직도 내려갈길 멀지만... 힘내본다.
겁이 별로 없는데.... 이번 앤절사 랜딩 트래킹을 하면서 체인을 잡고 올라가는 구간의 처음 삼십분은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꼭대기에서 360도 막힘없이 돌아본 뷰는 속이 다 시원하고 바람도 상쾌했다.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천사떼들이 내려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사방으로 뻗어나간 zion canyon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꼭대기에 올라간 이들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고, 다들 뭔가 해낸듯한 기분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이름만 듣고 왠지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풍경을 상상한 내 기대를 완전히 깨버린 트래킹이였다. 삶이 회의적일때 이곳을 올라갈때의 느낌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떨어지지 않고 살기 위해 손바닥에 체인이 베겨낼 정도로 꼭 붙들고 있던 그 절박함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