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말을 전적으로 믿어줘서 고마워요

후추도 영수증도 없는데 이걸 가져가라고요?

미국에는 트레이더조(Trader Joes)라는 아담한 사이즈의 마켓이 있다.  다양하고 좋은 상품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트레이더조와 가까이 있는 주택 가격 상승폭이 더 높을 정도다. 

 

트레이더조에는 다양한 자체 개발 상품이 있는데 믿을만한 품질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매년 미국인이 선호하는 식료품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개발 상품 중에는 미국식 중국 음식인 오렌지 치킨(우리의 양념치킨과 비슷한 맛), 인도식 치킨카레 그리고 한국 LA갈비와 파전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장사 잘되는 좋은 마켓' 이야기다. 그런데 트레이더조는 고객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든다. 나는 며칠 전 트레이더조에서 계란과 치즈를 손에 들고 양념 코너에 멈춰 후춧가루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내 한 직원이 내게 다가왔고 우리는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TJ 직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 "아, 지난번에 그라인더가 장착된 통후추를 샀는데 후추 입자가 너무 굵게 나와서 음식 맛이 강해 지거나 흰 수프 (떡국을 얘기한 거다)에 뿌리면 보기도 흉해요."

TJ 직원: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일단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해요. 혹시 그라인더가 불량일 수도 있으니까 다른 걸 가지고 가서 써보세요." 

나: "제가 구입한 후추를 가지고 오지 않았고 그때 받은 영수증도 없어요. 다음에 집에 있는 후추를 가지고 와서 교환할게요"

TJ 직원: "후추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영수증이 없어도 말해준 것 만으로 충분해요. 그러니 이걸 가지고 가서 써보세요."

나: "너무나 고마워요. 그런데 이 걸 가지고 가서 써봤는데 혹시 또 입자가 굵게 나오면 나는 쓰지 않을 텐데 그게 걱정이네요." 

TJ직원: "그렇네요. 그러면 입자가 고운 후추로 가져가세요.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것으로 가져가세요. 그런데 전에 구입하신 통후추는 $2.39이고 고운 후추는 $1.99 이니까 그 차액을 돌려드려야죠."

나: "아니에요. 차액은 필요 없어요. 이렇게 교환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해요."

TJ직원: "아니에요. 돌려드려야죠. 저를 따라오세요. 통후추를 반품하신 걸로 하고 이 고운 후추로 교환하면 차액이 나오잖아요. 40센트를 돌려받으셔야 죠."

나: "제가 구입한 후추와 영수증도 없는데 제 말만 듣고 이렇게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TJ 직원: "우리 고객에게 당연히 할 일을 한 겁니다. 언제라도 문제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알려주세요."

 

반품이나 교환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내 손에는 새로운 고운 후추와 차액 40센트가 쥐어졌다. 후추 진열대 앞을 서성이는 나를 먼저 알아봐 주고 내 말을 전적으로 믿어준 트레이더 조가 고맙고 좋다 아니 감동적이다. 

 

나는 오늘도 장바구니 메고 트레이더조로 소풍을 간다.  

샘플 시식 코너에 있는 '달린'은 매일 따뜻한 커피와 음료수, 그리고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엄마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늘 하루도 잘 보내'라고 말해준다

수십 가지의 다양한 샐러드 팩이 이렇게 늘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대부분의 샐러드 팩에는 견과류와 드레싱이 들어있어 먹기도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