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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May 11. 2020

유대인 성인식 ‘바르 미쯔바’

13세 ‘성인식’,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  




유대인들이 자녀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는 13세, 고작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에 하는 바르 미츠바 (‘Bar Mitzvah’)라는 성인식이다. 이 성인식의 본질은 '책임감'과 '독립심'이다. '풍습과 전통'으로 내려온 성인식을 통해 정체성, 경제관념, 미래를 위한 자금 준비, 자원봉사, 퍼블릭 스피치가 모두 녹아있는 종합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몇 해 전 한 교육신문에 이와 관련된 기사를 게재하면서 알게 된 유대인 성인식의 의미와 내용은 이렇다.  


성인식 의미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는 누구나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정체성을 심어줄까 고민한다. 하지만 고민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고, 무엇을 하더라도 단발성으로 끝나기 일쑤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1년 동안의 성인식 준비를 통해 내가 무엇이며,  왜 이 세상에 나왔으며,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대인 성인식은 정체성 확립 선언의 장이 된다. 


여기에 퍼블릭 스피치는 덤으로 돌아온다. 1년 동안 자신이 성인식에서 할 설교를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원고를 다듬고, 이를 대중 앞에서 말하는 훈련을 한다. 성인식을 빙자한(?) 에세이 교육이요, 퍼블릭 스피치 클래스다. 유대인 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교육의 특징으로 부모와의 대화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부모로부터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받고, 자신도 질문을 하면서 논리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 결과 유대인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존중을 받으면서 주체성을 키워나간다. 거기에다 이런 특별한 성인식까지. 유대인들이 말을 잘하는 데는 이런 비결이 있었다.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사회생활의 종잣돈을 마련해주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성인식에서 선물 받은 수만 불로 주식투자를 하고, 채권을 사는 것이다.  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회구조와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해야 한다. 경제학 공부가 따로 없다. 이런 식으로 준비하니 대학에 갈 때쯤 되면 대단한 크레딧과 유동자산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생일 선물로 자동차를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면서 여자 친구를 태우고 신나게 몰고 다니는 다른 모습이 오버랩된다. 정말 이건 수준차다. 


성인식을 기념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하는 것도 그럴듯하다. 독립된 인격으로 태어났으니,  커뮤니티에 기여를 해야 한다. 커뮤니티와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성인식만 보자면, 유대인들은 확실히 우리보다 한 수 위인 듯하다. 우리가 말로만 원하던 것들을 이미 하고 있고, 또 이를 자신들 민족의 중요한  전통과 풍습으로 해오고 있으니. 


우리에게도 성년의 날이라는 것이 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 자녀들은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너무 차이 난다. 이렇게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이 대학이나 사회에서 마주했을 때 그 저력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똑같이 변호사가 되고,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다를까? 우리 자녀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시기에 책임 있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는 이런 행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성인식 당일의 행사 진행
   

성인식을 맞는 소년은 토라 두루마리를 펴고 축복 문을 낭송한다. 유대인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토라를 공식적으로 읽는 것을 특별한 축복으로 여긴다고 한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하고 성인식 때는 토라의 한 부분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성인식 전에는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들이 히브리어로 축복 문을 낭송하면 부모는 “이 아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해 주신 하나님을 찬송할지어다”라고 화답한다. 이와 같이 선포함으로써 앞으로 아들의 모든 종교적 잘못에 대한 책임은 본인 스스로에게 있다고 확인하는 것이다. 성인식을 하는 13세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종교적으로 부모에게 예속되지 않으며 스스로 독립적인 종교인임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다음 순서는 성인식 당사자가 말씀을 강론하는 ‘드라샤’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성인식 전에 랍비의 도움을 받아 미리 준비한 유대 율법 중 한 가지를 여러 사람 앞에서 설교하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설교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유대인 청소년들은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드라샤가 끝나면 성대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시간을 갖는데 이 음식을 “쓰우닷 미쯔바’라고 한다. 이는 히브리어로   ‘계약을 경축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런 종교적 행사가 모두 끝나면 호텔의 연회장이나 대형식당을 빌려 밤까지 축하파티를 한다. 
   
유대인 성인식 선물은 현금과 여행, 축하금은 예금, 주식, 채권에 투자
대학 졸업 때 상당한 종잣돈 마련, ‘돈 버는 방법보다 불리는 방법’ 교육

   

유대인 성인식에는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일가친척, 친지 등 많은 하객을 초청하는데 이들은 축의금을 가지고 온다.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도 거의 다 ‘현금’으로 선물을 하며 조부모나 가까운 친척들은 이때 ‘유산’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상당히 큰 금액을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일인당 평균 2백 달러의 축의금을 준다고 하니 예를 들어 축하객이 2백 명이면 총축하금은 4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가까운 친척들은 2백 달러보다 많은 액수를 주기 때문에 성인식에 들어오는 총 현금 액수는 대략 5-6만 달러에 달한다. 물론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이보다 훨씬 적은 1-2만 달러가 모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맨해튼 같은 부촌에서는 수십만 달러가 모이기도 한다. 


성인식에 들어온 축의금은 그날의 주인공 몫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이 돈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성인식을 치른 자녀의 명의로 예금을 하거나 채권, 주식을 사서 묻어둔다고 한다. 그 돈은 자녀가 10년 후인 20대 초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가 되면 적어도 두 배 이상 늘어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인식에 모은 5-6만 달러가 10-12만 달러가 된다는 것인데 유대인들은 사회생활의 시작을 이런 엄청난 ‘종잣돈’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유대인들은 당장 하루하루의 생활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종잣돈을 잘 불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런 유대인들은 젊은 시절 창업의 길을 택하거나 종잣돈을  밑천으로 금융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만큼 금융업에 종사하는 유대인도 많고 주식시장의 상당 부분도 유대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지 유대인 공휴일에는 미국 증권시장이 한산하고 총 거래액수도 상당히 저조하다고 한다. 흔히들 “유대인은 이재에 밝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13살 때부터 자산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인식 후 이웃을 위한 사회 봉사 활동 필수
이웃과 사회 배우고 정체성과 책임감 정립 

   
성인식이 끝난 후 일 년간은 ‘계약의 아들(벤 비쯔바)’이라고 불리며 성인이 되는 훈련기간을 갖는다. 이 일 년 동안은 매주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 예배에 참석해야 하며 회당에서 토라를 끈으로 묶거나 예배시간에 토라를 읽을 수도 있다.   


사회 봉사 활동도 해야 하는데 병원, 양로원을 방문하여 병자나 노인들을 위로하고 교도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히브리어 또는 기타 언어를 무료로 가르치도록 한다.  이 외에 다양한 사회 봉사 활동을 통해 이웃과 사회를 배우고 책임감을 배우도록 훈련한다. 중요한 것은 성인식을 통해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13살에 ‘내가 누구인가?’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훈련을 쌓는다는 것이다. 


랍비는 성인식을 준비하는 청소년에게 “왜 공부하지?”, “공부해서 무엇을 하려고?”라는 질문을 한다. 그리고  성인식을 하는 날에는 많은 어른들과 친구들 앞에서 랍비의 이런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글로 작성하여 발표한다. 학습동기, 인생의 목적이 13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확고한 답을 가지고 있어 유대 청소년들에게는 사춘기가 없다는 말도 있다. 유대인의 성인식은 청소년들에게 삶의 중심을 마련해주는 크나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알고, 어려서부터 히브리어를 읽고, 성경을 많이 읽어 책 읽기를 좋아하는 유대인 학생들이 공부를 잘할 확률은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의 교육심리학자인 젠센 교수는 유대 민족의 성공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민족보다 높은 도덕적 수준과 고통에 대한 강인한 자제력’이라고 말한다. 


부럽다. 얄미울 정도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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