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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Jan 30. 2020

선생님 나빠요

‘인간 지도자’에 대한 내 편견의 시작

1972년,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친구, 선생님, 문방구 아저씨, 떡볶이 집 아줌마, 구멍가게 아저씨,… 대충 이런 사람들이 내 주위를 맴돌던 시절이었다. 그중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친구와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그 나이에 내가 매일 만나는 최초의 ‘인간 지도자’였다. 나를 대하는 담임 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나를 꽤나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성실한 모범생이었다. 지각, 결석은 물론 내 이름은 칠판에 ‘떠드는 아이’ 또는 ‘준비물 안 가지고 온 아이’에 올라가지도 않았다.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엄마가 학교에 자주 오지 않았지만 매 학년마다 학급회장 또는 부반장을 하곤 했다. 나름 잘 나가는  자수성가형 학생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즈음 나와 친한 MJ의 어머니가 일주일에도 여러 번 학교에 오셨다. MJ의 어머니는 매우 화려하셨고, 늘 뭔가 한아름씩 들고 와서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가셨다. 나는 어느 날 MJ에게 물었다. 너의 엄마는 왜 학교에 자주 오시냐고.  ‘나는 리틀엔젤스라는 예술단에 들어갈 것이고 우리 엄마와 선생님이 의논할게 많은가 봐’라고 MJ는  답했다. 그 당시 리틀엔젤스에 들어가는 게 인기였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MJ의 엄마가 그렇게 학교를 수시로 드나드시면서 담임 선생님이 달라졌다. 모든 관심이 MJ로 쏠렸고, 나와 다른 친구에게 시키시던 학급 일도 MJ가 도맡아서 하게 되었다.  느닷없는 직무 박탈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인간 지도자’  담임 선생님이 MJ에게 쩔쩔매는 듯한 말과 행동을 여러 번 목격하면서 인간에 대한  배신과 심한 매스꺼움을  느꼈다. 


그 이후 수 십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인간관계에 대한 그리고 ‘인간 지도자’에 대한 매스꺼움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간 지도자’에 대한 내 몹쓸 편견의 뿌리는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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