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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Oct 03. 2020

미국 입시에 정답은 없다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대학입시 요소에는 숫자와 비 숫자가 있다. 숫자에는 학교 성적 (GPA), 표준점수 (SAT 또는 ACT, SAT Subject Test), 대학 선수과목 점수 (AP)가 들어가고 비 숫자에는 추천서, 에세이, 특별활동, 봉사활동, 특기사항 등이 포함된다. 입학사정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숫자 부분이지만 숫자와 비 숫자가 몇 퍼센트씩 반영되는지 또는 어느 정도가 되면 입학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대학에서도 그때그때 상당한 유연성이 있고 무엇보다 예외의 케이스가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학교 성적과 SAT가 몇 점이면 들어갈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스펙이 되면 입학이 가능할까?' '입학 기준이 뭘까?' 그런데 미국 입시에서는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무리수다. 아니 무의미할 수도 있다. 


미국 대학 입시는 하나의 공(ball)으로 봐야 하고 각 대학은 최대한 '좋은 그림'을 그리려 노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하나의 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은 둥근 공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폿 중 내 자리를 찾아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지역, 사회 계층, 빈부, 인종, 종교, 특기 사항 등 최대한 다양하게 선발해야 한다.   


나는 오랜 시간 대학 컨설팅을 했고 수많은 교육기사를 쓰면서 몇몇 입학사정관을 인터뷰했다. 명문대학이 원하는 '좋은 그림'에는 아래와 같은 학생들이 모두 다 포함되어 있다.


- 완벽한 성적과 표준 시험 만점자: 미국에는 275,000개의 공립 고등학교와 35,000개의 사립 고등학교가 있다. 공립과 사립을 합치면 총 310,000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자료출처 https://high-schools.com/) 각 고교의 수석졸업자는 총 310,000명인데 작년도 8개 아이비 대학의 신입생은 총 22,000명에 불과하다.  각 고교 수석졸업자가 성적으로만 아이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대강 계산해봐도 알 수 있다. 특히 공부만 완벽하게 하는 아시안 학생의 경우 그 확률은 훨씬 더 낮다. 미국 대학은 공부만 완벽하게 하는 학생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많은 전교 1등과 표준 시험 만점자들이 대거 탈락한다. 


- 아주 특별하고 월등한 학생: Google Science Fair, Intel International Science & Engineering Fair, Math/Science Olympiad 등 세계적인 대회에서 입상했을 경우 월등한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 엘론 머스크 급의 글로벌 인재를 잡는 것이다. 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운동선수도 이에 해당되지만 미국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워낙 많으니까 큰 이슈가 된 금메달리스트 정도는 돼야 이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다.


- 사회활동 학생: 인권, 노동, 빈곤, 환경, 인구 등의 사회 문제 해결에 깊이 관여하고, 굵직한 업적을 낸 그야말로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 한 학생도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낸다. 2014년, 당시 17세인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는 아동 억압에 대한 저항 및 교육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대한 기여로 노벨 평화상을 공동수상 했다. 역사상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였는데 아마 모든 명문대학에서 그녀가 지원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 뛰어난 운동선수: 미국 대학에서 스포츠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는 미국 성인 76%를 팬으로 확보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농구, 미식축구, 하키, 야구와 같은 인기 종목 경기가 일 년 내내 진행되고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엄청나다.  많은 대학들은 고교시절 스포츠 스타들을 조기전형으로 일찌감치 스카우트하는데 주력한다.  


- 명문가 집안의 자식: 정치 사회적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명문가 자녀의 입학은 대학의 자부심을 높인다. 미국 역대 대통령 및 각국 지도자의 자식은 대다수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에 진학했다. 학교 입장에서 이들 자녀가 진학했다는 것은 학교의 이름을 드높이는 업적이 된다.

 

- 레거시: 레거시(Legacy) 제도란 대학 지원자 중 부모나 조부모가 그 대학을 졸업한 경우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이러한 레거시 학생의 합격률은 합격률이 8% 미만인 탑 랭킹 대학에서도 30%를 훨씬 웃돈다. 레거시 제도를 유지하는 데는 전통을 이어가자는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기부가 생활화되어 있는 미국의 졸업생들은 모교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졸업한 대학에 기부를 한다는 것을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대학과 학생과의 관계는 졸업한 후에도 이렇게 계속 유지된다. 그리고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졸업생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입학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 기부금 입학: 2006년 데니얼 골든이라는 하버드 출신의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는 “합격의 대가 (The Price of Admission)"라는 책을 통해 미국의 지배층이 어떻게 명문대학에 돈을 내고 입학하고, 누가 그 대신에 불합격하는지를 말했다. 표지에 은수저 하나가 그려진 이 책에는 기부금을 내고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 대학에 입학한 상당수의 실재 인물들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거론되어 있다. 위에 나열한 성적, 월등한 학생, 사회활동가, 운동선수, 명문가 자식, 레거시를 다 제치고 맨 앞에 설 수 있는 학생은 '학교에 건물을 지어준 기부금 지원자'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러나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 그것도 미국에서는 가능한 일이고 나와 해당사항이 없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대다수 지원자와 학부모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변수와 예외가 존재하는 것이 미국 대학 입시다. 내 아이가 하버드, 스탠퍼드에 합격했다고 해서 그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하버드, 스탠퍼드 입학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내 아이가 택한 수업, 성적, 표준 시험 점수, 특별활동, 추천서, 에세이 등을 공개하며 '이것이 방법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각자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신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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