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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Oct 19. 2020

"내가 누군지 알아?"

영화 ‘친구’의 명대사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는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 일상을 맴도는 말이다. 영화에서 교사 김광규는 학교 ‘짱’인 유오성의 아버지가 돈 많고 권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심하게 후려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2020년 오늘도 “내가 누군지 알아?”는 허다하다. 만취한 승용차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서, 술집에서 말다툼하다 폭행하고는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호통을 쳤다는 기사는 심심찮게 나온다. 주로 그들은 정치인, 청와대 직원, 고위 공무원, 대기업 오너와 자식 그리고 사회단체 대표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그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알아서 모셔야 마땅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 이 말은 자기는 법이나 사회규칙 따위를 지킬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화법이다. 그리고 과시하고 싶은데 왜 나를 몰라보는지 괘씸하고, 화나고 미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존감도 아니고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자존감, 아니 치졸한 갑질이다. 비뚤어진 특권의식으로 합법과 불법을 혼돈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대학 진학과 취업 시 본인의 능력과 상관없는 부모형제의 직업과 직위 심지어는 신체사항 등을 노출시키는 것은 평등권 침해와 차별이다. 그리고 이런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에 쓸 건지 매우 의심스럽다. 내 능력 외 부모형제의 스펙이 내 취업을 좌우한다면 수저 계급론은 영원할 것이다. 절망적이다. 


미국의 경우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고 생년월일이나 성별도 기입하지 않는다. 서류심사는 물론 인터뷰 시에도 개인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 외에는 질문할 수 없다. 고용주가 면접 시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을 법으로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뷰 시 나이, 결혼, 자녀 또는 자녀계획, 국적, 종교, 채무, 신체조건 특히 장애여부, 종교, 정치활동 등을 질문해서는 안된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바로 소송에 들어간다.  


잘못된 특권의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녀의 입시를 도왔다는 권력자, 그리고 20대 청년이 언론사 기자에게 던진 첫마디 “제가 누군지 아세요?”는 속을 메스껍게 한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내 발아래를 내려다봐야 할 것이다. 즉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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