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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May 26. 2023

LA 버스정류장 그늘 없는 그늘막

한 사람도 가려주지 못하는 개당 990만 원짜리 그늘막

캘리포니아 LA의 7월에서 9월 30일까지의 평균기온은 섭씨로 28도, 그리고 최근에는 엘리뇨현상으로 섭씨 38~40도를 오르락거리는 여름날이 엄청 많아졌다. 거기다 여름에도 뽀송뽀송하던 날씨는 에어컨에 매달려 지낼 만큼 습해졌다. 


LA 카운티에는 12,200개 이상의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그중 80% 이상은 그늘막 또는 기타 햇빛 가림막이 없다. 그리고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40분에서 심하면 한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40도의 폭염에 그늘막은커녕 벤치도 없는 정류장도 많아서 사막땡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하염없이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저소득층 및 유색인종이다. 다운타운에는 어쩌다 쪼그만 그늘막이 설치된 정류장이 있지만 노숙자들이 점령해서 접근할 수도 없다. 


메트로(Metro)는 LA 카운티에서 가장 큰 대중교통 기관이고 매일 560,000명 이상의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버스 시간표가 있기는 하지만 LA카운티 메트로 교통국 관계자조차 '배차 시간표를 믿지 말라'라고 한다. 고무줄운영이고 버스는 시간표대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5월 22일, 드디어 LA교통국은 새로운 버스 정류장 그늘막을 공개했다. 그런데 요리보고 조리 봐도 용도가 뭔지 모르게 생겼다. 그늘막은 한 사람이 겨우 들어설 크기도 안된다. 그늘 없는 그늘막이다. 게다가 철제 조형물 전체에 구멍이 뚫려 있어 바람도 막지 못하고 가로등 역할을 할 상단의 조명도 정류장 인근을 밝히기엔 작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정체불명의 그늘막 한 개 설치비용이 990만 원~1,300만 원 (7500달러~1만 달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자 하나씩 사주는 게 더 저렴하겠다"라고 하소연한다. LA 버스정류장에 나타난 야심작 그늘막은 이렇게 생겼다.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LA의 야심작 그늘막 

 

나는 이번 한국여행에서 특대형 파라솔 횡단보도 그늘막과 버스정류장 쉼터를 보고 깜짝 놀랐고 감탄했다. 심지어 버스정류장 쉼터에는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무료 와이파이· 핸드폰 무선 충전기 그리고 내가 앉은 의자에는 온열장치까지 되어 있었다. 벤치도 없는 우리 동네 미국 버스정류장을 떠올리면서 '이 배려를 어쩔 것인가?' 싶었다.


올여름도 엘리뇨가 심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늘막 또는 벤치가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뜨거운 직사광선과 사투를 벌이며 위협받을 그들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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