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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Bomi Son 손보미 Sep 10. 2017

난생처음 손톱을 잃었다.

손톱, 택시운전사, 김사복, 작은 혁명

난생처음 손톱을 잃었다. 손톱으로 둘러싸여 있던 연하디 연한 속살을 마주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가녀리고 힘없던 나의 속살이 생채기를 통해 그 통증과 아픔으로 섬뜩하게 다가왔다. 싱가포르 출장을 갔다가 호텔 문에 끼어 손톱이 빠졌다. 새벽녘에 난 사고는 울음과 신음소리를 동반했고, 호텔의 많은 직원들이 응급처치를 하러 달려왔지만 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건드리지 말라고 화를 내었다. 피는 끊임없이 흘렀고, 몇 시간 전까지 데모데이에서의 즐거웠던 현장과 피드백으로 들뜬 나는 돌연히 변하여 시니컬한 말을 남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게 영어로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1-2시간을 끙끙대다가 오전 미팅은 스킵하고, 오후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 오전에 택시를 불러 라플즈병원(Raffles Medical)으로 옮겨갔고, 그곳에서 다시 맑은 정신으로 X-ray를 찍고, 응급처치를 받았다. ‘바보멍충이’ 같이 느껴지는 남자 간호원이 응급 처치하는 내내 내 속살이 문 들어지는 것 같아 눈물이 찔끔 났다. 그 와중에도 ‘커피 마셔도 될까?’ 했더니 남자 의사는 농담으로 받아친다. ‘저 옆에 스타벅스도 있고 병원 구내 커피도 있어. 이제 손톱이 정상적으로 나기까지는 6개월이 걸릴 텐데… 넌 행운이야. 이제 6개월간 네일아트는 10% 할인받을 수 있으니까' 치- 아프다고 심각하던 찰나에 웃음이 나왔다. 


‘다이너믹 보미' 

함께 응급실에 쫓아온 변 대표님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콰라에 조인하고부터 다이내믹한 일들이 무지무지 일어난다고. 

또 한 번 웃었다. 


Fact로 치자면 슬픈 영화를 봤다. ‘택시운전사' 


싱가포르까지 가서 외국 투자자를 유치해보겠다고 발표도 하고, 신나게 다양한 사람 만나고 좋은 곳에서 회포도 풀고 그러다 손톱이 빠져서 난리가 난 내 모습이 어쩐지 시트콤 혹은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운전사의 김사복은 그렇게 작은 딸을 지키고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우연하게 만난 운명 같은 순간으로 사람들의 죽음과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지키려는 것과 이것들이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일부 행복을 포기했지만, 더 큰 일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운전대를 돌리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것. 힘 있는 혹은 권력 있는 언론과 군부에 맞서 할 수 있는 일을 용기 있게 하는 것.


작은 혁명들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톱의 아픔은 잃기 전까지 얼마나 큰 고통인 줄 모른다. 작은 시도들의 좌절들은 그것이 안되기 전까지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어설 수 있고, 헤쳐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사람들이 도와주면 그 에너지는 더 강해진다. 또, 그 와중에도 유머가 있다. 인생사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는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농담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동물이다. 


“두드려도 안 열려” 자포자기… 서울대생이 ‘아가리 취준생’ 된 사연 (링크)


1980년대 518 광주혁명만큼 피 흘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2017년 현실은 청년들에게 고통스럽다. 

유혈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만큼은 피를 흘리는 상황은 아닐까.  



회사에 훌륭한 인턴들이 여럿이 들어왔다. 우리 회사와 함께 오래오래 같이 크기를 바라지만, 그들은 또 어떤 다른 꿈들을 꾸고 상처받고 있을까? 부디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감동적이기를, 밖에서 받은 생채기들이 다 낫는 시간이기를 기도해본다. 그리고 팀이 있으니, 함께 이 작은 혁명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승전… 일. 


손톱따위 빠져도 다시 나는 것.

고작 6개월 걸리는 것.

8살 때 자동차에 깔려 죽을 뻔했던 나는, 

목숨이 위험해 마취도 없이 뜬눈으로 바로 수술했었다.


그런 내가 아직 건강하게 ‘다이너믹 보미'로  살 수 있어 감사한 날이다.

작은 혁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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