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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Bomi Son 손보미 Aug 01. 2016

함께 충실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

Things that you cannot buy with money

2016년 7월 여름.

베트남, 호치민. 봉사여행 중.


기대치 않은 벨기에 대학생들과 베프가 되어 Team Bomi 를 외쳐대고, 까르르 웃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랜덤 복권처럼 만난 순박하면서도 맑고 장난기 어린 귀염둥이 친구들. Ooola, Chica!  

*
주말은 무이네 해변으로 여행을 했다. 대학생 친구들 추천으로 누워서 가는 2층 버스를 난생처음 타보았다. 6시간을 놀이기구 같은 버스로 이동. 주말여행은 우리에게 슬픔과 기쁨을 골고루 선사해주었다. 애들처럼 놀다가 실신할 뻔ㅎㅎ

다행인 건 지난 10년간 짬짬이 했던 여행과 봉사활동 덕분에, 지루해지는 시간이 있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을 마주할 때 임기응변이 가능해졌다는 것. 그림으로는 멋있으나 생각보다 지저분한 해변을 보고 "깜놀과 우울"을 반복하는 친구들에게 스파와 마사지를 제안하기도 하고, 거리에 생각보다 적은 관광객이라 뭔가 썰렁한 기분에 어리둥절했던 우리의 발길이 닿은 로컬 바의 밤바다는 환상적인 기분을 선사했다. 버켓에 담긴 칵테일을 셋이서 나눠 마시며 마주하는 음악이 난 왜 이리 웃기고 신났었는지 모르겠다.


* *
주중 오전에는 어김없이 단 돈 100원 (2,000 VDN)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한다. 감자도 자르고 음식도 나르고 밥도 푸고 배식도 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주머니 및 학생들과 영어, 불어, 베트남어 되는대로 다 섞어가며 같이 작업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도 추고 흥얼거리기도 한다. 베트남, 중국, 리투아니아, 프랑스, 벨기에, 한국 : 이번 봉사자들의 국가들. 함께하는 이 시간엔 뭔가 기분 좋은 땀이 절로절로 난다.

거리의 노숙자들도 돈을 지불하고 한 끼 식사를 사 먹을 수 있는 곳. 여기서 중요한 건 "지불한다는 행위"다. 스스로 돈을 주고 밥을 사 먹는다는 것이 사회 소외계층들이 자립심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고. 나도 같은 마음으로 식사를 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의 시작이 이런 식도 있구나' 하고 또 하나 더 배운다. 요리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이 곳에서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땀 흘리니 뭔가 정화되는 기분이다.

* * *
예전에 내가 존경하는 홍콩 투자자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쉬운 일이라고.
돈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하라고.


함께 퀄리티 타임을 보낸다는 것.
나에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서가장이기적인봉사여행‬ 
내 처녀작이 나온 지 만 5년이 되었다.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글을 적고 싶었고 마무리하고 싶어 2년이나 끙끙 되면서 만들었던 책. 그런데 감사하게도 그때 그 마음을 되새겨보고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의도치 않게 봉사활동을 하는 중에 만나게 되었다. (책에 꼭 언제 가는 나이 들어도 휴가로 봉사활동을 오고 싶다 적은 기억이 있는데, 스스로의 약속을 지킨 것 같다 기분이 좋다.) 지난 10년 치 행복했던 순간들이 압축된 컴플레이션 앨범처럼 약간은 키치한 행복 음악 버전으로 내 귓가를 간지럽게 맴도는 기분ㅎ


학생 때부터 키워왔던 나의 이상과 비전이 무엇이었는지 또 되새겨 보는 날들이다. 뭔가 거창한 것 같아 허세스럽고 간지러운 이야기이지만,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아직까진 생각만ㅎ 실천은 늘 부족)


작은 기여와 큰 기여.
직접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맡은 자신의 일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입신양명을 차치하고 세상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나의 능력을 측정할 수도 아직은 예측할 수도 없겠지만, 지금 당장 뭐라도 할 수 있음에, 더 큰 생각과 꿈을 상상하게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 * * *


베트남 호치민. 오토바이의 홍수 속에서 길 건너는 것조차 아직 무섭다. 우리나라나 베트남이나 차가 우선순위지만 벨기에 친구들은 사람이 먼저인 것이 당연하기에 이 상황이 놀랍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수다는 계속된다.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 차이와 지역 차이 place gap을 넘고, 귀염둥이 친구들의 끊임는 질문과 디스커션, 웃음을 보고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time gap을 넘어선 사소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최근에 너무 burn out 되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턱끝까지 차올랐었는데, 이번 경험 덕분에 독소가 나가고 리프레쉬된 기분이다. 타고난 게으름과 귀차니즘에도 뭔가 배우고 있는 나는 천성이 어쩔 수 없나 보다. 세상의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내 눈과 피부를 통해 보고 느끼는 이 감정이 놀랍고 감사하고 감히 행복하다.


Having a quality time together with friends.

Things that you cannot buy with money.

But I feel richer than ever :)

#작가손보미 #손보미작가 #세상에서가장이기적인봉사여행 #뉴욕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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