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tie Bomi Son 손보미 Nov 03. 2017

일과 가십의 상관관계

과연 무엇이 인생의 낭비인가

#가십의 탄생은 ‘잘 모르기 때문?’


“누가 여자를 어떻게 대하더라" “누가 남자에게 어떻게 하더라"


가끔 사석에서 전해 듣는 유명한 A의 가십거리를 들을 때는 사실 나는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말에 동조하기에는 A를 ‘내가’ 대체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그 가십의 주인공 A를 잘 아는 경우가 드물다. 멀리서 전해 듣고 기사나 SNS를 통해서 아는 정도이다. 실제로 그 A를 만나서 많은 대화를 하거나 깊은 우정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아주 가끔 우연찮게 내가 경험을 통해 만남이 있거나 조금은 아는 A의 가십을 ‘그 A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해 들을 때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아 놀라곤 한다. 또 그런 가십을 이야기하던 사람이 우연찮게 그 A를 만나고 알게 되면, 부정의 태도에서 긍정의 태도로 돌연 바뀌는 모습도 여러 번 보았다.


누군가를 Gossip Girl 로 만드는 것은 유희인가? 시간 낭비인가?


#질투, 사랑, 욕망의 부정적인 분비물 = 가십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십은 또 다른 애정의 표현인 것인가?!


내가 아는 한 그 A는 대체적으로 유명하다. 대중을 상대로 사랑을 받는 연예인일 수도 있고, 기업인이나 정치인인 경우도 있다. 공통적인 것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는 삶을 오랜기간 동안 살아왔다는 것이고,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그 ‘업'으로 월등히 뛰어나다는 점이 있다.


이들을 상대로 가십과 익명의 댓글을 다는 것은 ‘질투'의 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 안타까움 죽음에 관련된 보도들을 봤다. 그리고 그 주변에 가십과 부정적인 댓글도 함께하는 것을 봤다. 내가 존경하고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을 향해 쏟아지는 비방은 내가 그것을 당하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설상 나와 관계가 없다 해도, 이 정도의 글을 거침없이 말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들이 무섭기도 하고 한편 불쌍하기도 하다.


진정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마음.

배가 아픈 마음.

누굴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

없는 말을 지어내어 비방하고 음해하고 싶은 마음.


그 이면에는 질투 혹은 자신이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 A를 싫어하지 않았다. 한때는 그 A를 응원하고 멋있다고 생각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A의 모습이 자기를 제외하고 과도한 사랑과 관심을 받을 때 부정적인 생각이 꾸물꾸물 올라와 어딘가에 말과 글로 배설해버린다.


'유재석이 페라리를 산다면 (부제: 스타트업을 방해하는 시선과 문화) 의 글도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들렸다. (출처 https://brunch.co.kr/@mirr5510/20 )



영화배우 유아인이 지난 11월 1일 ‘나의 시대에 고함 -’(출처 https://www.facebook.com/hongsik.uhm.14/posts/1975523479327687)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했다. 누구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는 유명인이고, 배우로서도 인정받는 그이다. 반대 극부로 피할 수 없는 가십에 연루되어 피곤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듣고 살아가는 이 일 것이다.


내가 읽었던 그의 글은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있었다. 고민의 깊이와 표현의 유려함이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일침을 가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다.   


삶은 계속되고 나는 멈추지 않는다. 시간과 함께 앞으로 전진하는 당신의 삶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시간은 높은 곳이 아니라 앞으로 간다. 더 높이, 더 많이를 외치며 인간 사회의 진보를 역행하는 참상들 속에서 시간을 감지하는 인간은, 그것을 반영하는 시대는. 반드시 앞으로, 앞으로 가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적어도 내 조카들과 내 다음의 세대는 나보다 덜 갑갑한 세상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이보다는 말이 되는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남처럼 굴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굴고, 남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자신을 지키고 키워나가면서도 타인을 존중하고 이끌어가며 함께 다채로운 전체를 이루는 인간답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이 부정한 질서의 정상에서 외롭고 추악한 자위로 배설되는 오물들에 질식된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바란다.

나라를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이 시대를 한탄하면서도 이 시대 안을 맴돌지 않고, 허세가 오글대는 경계 밖의 세상으로, 진짜 내일로 가고 싶다. 그래서 겉돌았다. 그렇게 세상의 경계를, 나와 당신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여러분과 함께.

당신은 당신의 삶을 시간과 함께 앞으로 진행시켜야 할 숙명을 가졌다. 나를 따르라는 허무맹랑한 선동이 아니다. 나는 나와 당신이 저마다의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중략)

진실의 굳건함과 헌법의 엄중한 심판이 아니라 군중의 돌팔매질을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거짓 언론이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적폐다. 우리 모두가 시스템의 피해자다. 누구여서 썩은 게 아니라, 누구라도 썩을 수 있다. 지키는 것보다 부패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다. 돈과 권력과 그것에 대한 신앙이 득세하는 이 시대, 이 자리.

‘네가 뭔데’하지 말고, ‘네’가 좀 어떻게 해주라.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를. 멧돌의 ‘어처구니’가 빠진 이 시대를. 포토샵 떡칠한 셀피 보다는 덜한 오글거림으로, 딱딱하게 굳은 꼰대력이 아니라 기꺼이 유연하고 순수한 중2의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다. 간편해서 불편한 침묵, 외면, 비난 보다 더 가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의 마음을 전한다. 과연 무엇이 인생의 낭비인가.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외면하고 타인의 진심을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비난을 위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실체 없는 소음에 눈과 귀를 닫으시고 부디 모든 사실과 진실과 진심을 바라보며 벼랑 끝의 이 세계를 함께 정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 그대로 ‘악’을 품은 일부의 네티즌이, ‘충’으로 불려 마땅한 작자들이 대한민국 대중 전체의 수준을 매도하고 국민의 의식 수준을 하향 평준화 시키며 현재의 사회를 더 이상 교란하지 않도록 깨어나 주시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는 타인을 향한 분풀이로 증발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의지로 발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제 자리를 지키겠다고 불가피한 논란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더 신중히 나를 표현하고 부당함으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나를 변호하며 시대와 사람을 담은 소중한 작품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고인에 대한 애도를 뒤덮는 부득이한 논란을 야기한 저의 의지와 진심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자신을 불태워 연기했던 배우 김주혁 님께 이 외침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st In Peace.


#과연 무엇이 인생의 낭비인가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자극적인 플롯으로 구성된 소설이 아님에도 같은 시대를 살아온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소설 전체를 휘어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대의 여성 커리어 우먼으로 ‘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배로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낀다. 아직도 남성이 커리어의 주도적인 지위와 위치가 많은 상황에서, 여성성이나 가십거리의 소음을 제외하고 담백하게 ‘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가십의 논란이 되는 모든 것들을 주의해야 하고,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적이 되지 않게 적당한 양보의 미덕과 너그러움까지 살펴야 하는 게 내가 겪는 현실의 시선이고 요구이다. 일과 사생활이 분리되어있는 몇몇 선진국들의 사고방식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21세기에 아직도 현실적으로는 (조금 나아진) 조선시대의 잣대와 시선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객관적인 지표가 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7년 글로벌 젠더 갭(Global Gender Gap) 남녀평등 격차 랭킹에 따르면 전체 144개국 중  한국은 118위이다. Economic Participation and Opportunity, Educational Attainment, Health and Survival, Political Empowerment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이 리포트에 1위는 9년 연속 아이슬란드. 이어서 노르웨이, 핀란드, 르완다, 스웨덴 순이고, 필리핀 10위, 중국 100위, 일본 114위, 2006년 첫 번째 보고서가 나온 이후 매년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톱 10에 랭크되는 곳은 필리핀이라고 전한다. (출처: https://www.weforum.org/reports/the-global-gender-gap-report-2017)


남자가 언제 자기보다 똑똑한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실험한 논문 표지


어제는 재미있는 기사도 발견했다. “남자들은 왜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싫어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실험 결과를 분석한 기사이다. 남성은 ‘상상할 때는’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매력적이라고 느끼지만, 실제 남학생이 자기보다 성적이 뛰어난 여학생을 ‘덜 선호하는’ 건 사실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동아일보 [데이터 비키니] 남자는 ○○할 때만 자기보다 잘난 여자에 끌린다?
출처: http://v.media.daum.net/v/20171101182333750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인생을 살자


‘파키스탄의 아이언 우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녀. 2105년 BBC 선정 세계 100대 여성에 꼽힌 한 여자 ‘무니바 마자리'


Muniba Mazari

부모님의 요구로 결혼 후, 2년 만에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남편은 살아 나왔지만, 그녀는 차 안에서 척추와 갈비뼈, 손목과 오른팔 등 온몸이 거의 부서졌다. 의사는 그녀가 화가의 꿈을 지속해 나가는 것도, 걷는 것도 아이를 가지는 것도 불가능할 거라고 이야기했고 그녀는 절망의 끝에 서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내가 왜 나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침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자신의 인생’을 살기로 결정했다.


That day, I decided that I am going to live for myself. I am not going to be that perfect someone for someone.


인생에서 자기가 원했던 욕망과 계획이 실패할 수도 있다. 인생이 완벽할 수 없다.

무서워도 괜찮아요
울어도 괜찮아요.
당신이 숨 쉬는 모든 순간을 끌어안으세요.


Don’t die before you're dead. Test & Trial

Be grateful, Be Live and Live every moment.

무니바 마자리 동영상 강연: https://www.youtube.com/watch?v=dav2INq4i_A


인간은 참 강인하다.

시간은 유한하다.

나는 소중하다.


남의 말이 아닌, 내 인생을 사는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까.

나의 시간과 노력은 소중한 것에 쓰여야 하니까.


일이 잘 될 수록, 가십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저절로 따라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십에 희생당하는 모든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함께 슬퍼하며, 나도 긍정의 이야기들만 더욱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