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tie Bomi Son 손보미 Feb 25. 2020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책&영화 리뷰] 작은아씨들 - 루이자 메이 올콧, 그레타 거윅



너희가 짊어져야 할 작은 짐에 대해 조언을 해줄게.
때론 버거울 때도 있겠지만 짐은 우리에게 유익한 거야.
짊어지는 방법을 깨달으면 점점 가볍게 느끼게 된단다. 


19세기 후반 뉴욕, 여성으로써 글을 써 돈을 벌며 사는 둘째 딸 조. 그녀는 셋째 베스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유년 시절을 떠올립니다. 


남북 전쟁이 한창이던 시대, 전쟁에 나간 아버지이자 남편을 기다리며 ‘마치 가문’의 여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선하고 현명한 어머니와 함께 푸근한 보모와 함께 네 명의 자매들은 언제나 밝은 기운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사랑스러운 자매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엠마왓슨 Emma Watson),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 (시얼샤 로넌 Saoirse Ronan),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엘리자 스캔런 Eliza Scanlen),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 Florence Pugh), 이웃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 Timothee Chalamet)는 네 자매를 우연히 알게 되고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자매들과 인연을 쌓죠. 


크리스마스날 아침을 가난한 옆집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조가 쓴 극본으로 연극을 하며, 메그의 결혼식을 말리기도 하고, 에이미가 조에게 사과를 하러 갔다가 얼음 물에 빠지기도 하고,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는 베스가 로렌스씨에게 피아노를 선물을 받았던 날 등 가난했지만 어머니의 가르침을 새겨 난관을 사랑과 열정으로 헤쳐가는 자매들의 이야기입니다.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에게 그간 어떻게 삶을 살아갔는지, 

각자의 꿈과 현실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가 잘 표현된 영화 (그리고 글) 



천성(Nature,성질) 어떤 것들은 가두기에는 너무 귀하고,
굽히기에는 너무 고귀하지.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작품인 만큼 모든 장면을 150여 년 전 그 시대의 모습을 아름답게 잘 재현했고, 배우들의 연기, 액자식 구성의 영화 구성이 뛰어나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네 자매의 모습들을 입체적으로 다룬 것.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편집과 대조되는 라이팅과 색감도 훌륭하게 표현되어 시간순으로 나오는 원작보다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고, 이해도 잘 되었습니다. 


감독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본인이 주연배우로 나온 ‘프란시스 하’ 이후에 본격적으로 감독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만든 ‘레이디 버드’는 아카데미 시상식 많은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극찬을 받습니다. ‘레이디 버드’에서도 ‘작은 아씨들’의 조를 맡은 배우인 시얼샤 로런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시얼샤 로넌의 연기가 빛났던 ‘레이디 버드’에서도 여성 청소년의 다양하고 주체적인 삶을 그린 그레타 거윅은 ‘작은 아씨들’도 현대에 맞추어 각색하며 현실에 맞붙어 싸우는 다양하고 열정 있는 여성을 그려냅니다. 


"여자도 감정뿐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어요. 

외모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죠. 

여자에게 사랑이 전부라는 말, 지긋지긋해요."


자매들의 성장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어찌 보면 유년시절을 애틋하게 보내고 어느새 현실에 부딪히는 어른으로 성장한 이들의 모습을 교차해 가며,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달라졌나를 표현합니다. 배우, 작가, 피아니스트, 화가 등등 


어른으로 성장하다 보면 그런 희망은 타협이 되고, 어느새 본인이 그려왔던 삶과는 달리 살아가는 나 자신을 만나는 게 일쑤. 또, 아픈 이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결론은 우리의 생은 여전히 아름답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 하며, 그리고 계속해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인생이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Little Women



책은 약 1000페이지가 되는데, 둘째 조와 비슷한 성향의 루이자 메이 올콧(Louisa May Alcott, 1832년 11월 29일 ~ 1888년 3월 6일)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 주변의 철학자와 작가들 영향으로 작가를 꿈꾸며 '작은 아씨들'을 완성합니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니까, 영화 속에 종종 궁금했던 것들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또한, 감정선도 더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고, 영화 결말 이후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했는데, 그 부분도 추가되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에서 호기심을 풀었던 것의 예를 들면, 


- 온실은 어떻게 생겼을까

- 로렌스 아저씨의 아들은 무슨 사연일까

- 마치 어머니가 성질을 다스리는 법, 어떻게 성질을 다스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등등이 있었습니다. 


p.35 우리의 짐은 여기 있고 우리가 나아갈 길은 저 앞에 펼쳐지고, 선함과 행복을 향한 갈망을 길잡이 삼아, 수많은 고난과 실수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천상 도시’인 평화에 다다르면 되는 거야. 자, 내 작은 순례자들아, 이제 놀이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이 과정을 시작해보자. 


p.165 성질을 다스리는 데 40년이나 걸렸단다. 그러고도 겨우 제어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 돼. 사실은 거의 매일 화가 나. 그저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 방법을 익힌 것뿐이야. 화를 느끼지 않는 방법을 배우기를 바라는데, 그러려면 앞으로 40년은 더 걸리지 싶어. 



또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첫째 메그의 결혼식 날 조가 메그에게 ‘언니는 배우를 할 수 있어. 지금이라도 나랑 함께 도망치자.’라고 하자 메그가 ‘내 꿈과 네 꿈이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장면입니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조는 ‘사랑은 선택하는 거지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게 아니야’라며, 자신의 재능을 펼쳐 꿈을 이루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메그는 사랑을 이루는 것이 자신의 꿈이었던 거죠.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최근 어마어마한 상들을 타면서 다양한 수상소감을 밝혀 화재가 되었는데요. 


그중에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감독의 말을 인용했었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The Wolf of Wall Street.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등의 명작을 만든 분이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There was a saying that I carved deep into my heart, 
which is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작은 아씨들이 150년간 책으로 사랑받고, 여러 차례 영화화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지만, 영화 및 책에 대한 리뷰를 찍어봤습니다. 여성이라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드려요 :) 




매거진의 이전글 우정은 지혜로운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