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4 (Tue), 2026

EBS 중급 영어회화가 깨운 기억

by 케이

기상: 6시

착석: 6시 30분


어제 새벽기상은 하였지만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느라 일지를 쓰지 못하였다. 오늘도 출근 준비에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써 보겠다는 의지로 기록을 시작한다.


나는 대학시절 경영학을 전공했고, 학교와 전공 탓인지 내 주변에는 여유 있는 가정에서 자라난 친구들이 꽤 있었다.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어느 정도의 열등감을 간직한 채 학교에 다녔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부끄럽거나, 내 자신이 쪼그라들거나 그랬던것은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이 어학연수라던지, 배낭여행이라던지 해외로 나가는 경험을 할때 나는 그런 여유가 없어서 부러움을 삼켰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몇개월 미국에 나가보는 경험을 하긴 했었지만,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한 연수는 다녀온적이 없었어서 그 당시엔 영어회화에 대해 항상 자신없어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국내에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수단들을 통해 최대한 꾸준히 공부하려 했고, 대학교 졸업한 이후에 직장을 다니면서도 어떻게든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중 하나의 수단이 'EBS 중급영어회화' 였다. 최대한 매일 이 강좌를 듣고 책으로 복습하고자 노력했고, 친한 친구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다이얼로그를 외우고 서로 체크해주고.. 그랬었다. 참 열심히 했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늘어갔으며 이 외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 영어회화 강좌 수강 등을 통해서 실력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갔다.

여전히 영어 실력은 부족하고, 내 자신에게 한숨 푹푹 내쉴 때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 캐나다에서 직장생활도 하고 있으니, 꾸준한 노력이 전혀 헛되었던 것은 아닐테다.


최근 밴쿠버 도서관에 갔다가 잡지 섹션에서 EBS 중급영어회화 교재를 발견했다. 여기 도서관에서 이것을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다시 꾸준히 공부해보겠다 라는 마음에 즐거이 빌려왔다. 내 책 이라면 교재에 이것저것 긁적이며 공부했겠지만, 도서관의 자산이므로 조심스럽게 펼치고 노트에 문장 써가며 공부중이다. 새벽기상 영어공부 루틴에 다시 한번 중급 영어회화를 끼어넣으며 익숙한 '크리스틴 조'님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 때 그 시절 영어공부했던 나에 대한 기억, 함께 공부했던 친구와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그 친구와는 꽤 친하게 지냈더란다. 나름대로는 베스트프렌드였다고 생각했는데 사소한 감정들이 쌓여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다. 이 사소한 감정의 원인은, 부끄럽게도 내 질투였다. 직장 초년생 시절, 난 무언가 안 풀린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고, 회사는 열심히 다니면서 일은 했지만 항상 불만,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내 친구도 나와 함께 그 시절을 거치긴 했지만, 이후 친구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외국계 테크 기업 (그 당시 한국에서는 사업 규모가 작았지만)에 입사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하는 것을 보면서 속 좁게도 질투하고 경계하고 거리두고, 예의에 없는 행동도 하고 그랬었다. 그때의 우정은 내가 참으로 즐거워했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철없는 생각과 행동으로 친구 관계는 서서히 멀어지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가끔 연락을 하긴 했지만, 한번 금 간 우정은 돌이키기 힘든 것 같다. 세월이 지난 지금, 가끔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해볼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미안하다고 콕 찝어 얘기할 만한 사건도 명확치 않은 - 서로의 감정이 켜켜히 쌓여 벽을 만들어간 케이스 - 상황이라 그냥 맘 속에 묻어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함께 중급영어회화를 공부하며 서로의 꿈을 얘기했던 시간, 수다를 떨었던 시간, 우정을 키워나갔던 시간... 그 시간을 그저 소중히 생각할 수밖에.


꾸준히 영어공부했던 내 끈기와 노력, 그리고 멀어져버린 소중한 친구와의 기억.

EBS 중급영어회화 교재가 불러일으킨 이런 저런 기억들을 아침에 소환해본다.


오늘의 기록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