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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욱이 Feb 02. 2023

색다른 그림의 이해

사계해변, 올레10코스


색다른 그림의 이해


산방산에서 송악산으로 가는 바다 앞 올레 10코스 언저리. 검은 바위는 파도에 치이고 햇볕에 쪼이고 억겁의 세월을 보낸 모습은 사람만큼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 마치 현존하는 최고령 할머니 스페인의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아씨의 (115세) 얼굴이 빗대어진다. 1년, 10년 세월을 흐름이 비슷하다. 몇억 년의 세월과 115년이 같냐고 비아냥 소리도 나올 수도있지만, 생물마다 생체리듬의 시간은 다르다. 개가 5년을 산다면 그 개는 인간의 나이로 중년에 들어선 것과 같을 것이다.

시간과 고독이란 먼 여행 속에 나란 존재, 모든 생명을 마주하며 보듬는다. 어떨 땐 소라가 와서 거처를 삼고, 어떨 땐 물고기가 와 똥을 싸지르고 가는 변기통이다. 물론 가끔 인간의 못된 행패를 맞보기도 하지만 그건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짐에 안심할 수 있다.

바다를 보고, 세상의 모든 것들로 치장한 바위를 보고, 파랗게 물든 하늘을 쳐다본다. 내가 세상을 박차고 나온날 그때에도 바위는 이랬을까? 바위는 인체의 시간만큼 보이지 않게 많이 변했고 더 빠르게 시간을 삼키며 변해가는 중이다.

3600초를 집어삼킨 아름다움에 빠진 뇌를 건져낼 수 있을까? 손끝에 닿을 듯한 묘한 감정들이 샘솟는다.

15km 전방 , 수평선 끝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한 척의 검은 배. 숨소리마저 숨죽인 듯한 조용함이 목을 매여온다. 그 자리엔 갈매기, 가마우지 등의 무인승객이 판을 친다. 냅다 소리를 질러보지만 귓가를 때리는건 바람에 떠밀러오는 내목소리뿐이다. 모르겠다. 까만 배는 너희에게 내어줄테니 지금의 아름다움 만큼은 내어줄 수 없다. 까르륵~

캠핑을 가서 불멍을 때리는 것도, 서울 시청 앞에서 멍때리기 대회도 아니다. 일직선으로 끝없이 뻗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발앞으로 밀러오는 파도와 함께 수멍을 때린다. 갈까. 말까. 시간은 멈추질 않는데 망설임이 마음을 가득채운다. 샘솟는 뜨거운 감정을 끌어안고 발길을 조금씩 움직여본다.














[캔버스에 물감도 펜도 그렇다고 색연필은 더군다나 아니다. ’뭐야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패드에서 그린 그림이다. 패드의 장점을 쉽게 고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그림을 액자화하기 위해선 사진을 인화 하듯 인쇄를 해야 한다. 그런 게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나에게 만족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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