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병욱이 Mar 14. 2023

제주에 폭설이 퍼붓다

제주에 담긴 새별오름 21. 12. 27

왜 사람들이 제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 이유를 알 게 되고 그것을 실감하는 하루다. 3년 만에 겨울의 눈 같은 눈을 제대로 맞고 있다. 하얀 눈이 이렇게 내리면 제주는 멈춰진다. 사람도 자동차도. 왜냐고? 묻는다면 그건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제주의 특성상 자동차는 스노 체인이 잘 되지 않고 재설 시스템도 말하긴 그렇지만 단조롭다.


그런 제주에 눈폭풍이 일어났다. 복돌아진 오름과 괴오름 앞 새별오름. 하얀 솜털을 바람에게 뺏겨 노란 민머리를 가진 억새를 뒤로하고 세상이 하얗다.


바람이 또 잠을 자고 깨어나고 내 마음의 풍전등화에 고요함이 사라졌다. 쾌락만 심장을 울린다. 쿵쿵쿵 심장 또한 멈출 기미가 없다.


서벅서벅거리는 눈을 밟으며 새별오름을 오른다. 다른 오름에 비해 오름에 있어서 단조롭다. 나무 한그루 없는 공산 앞만 보며 오르면 되지만 눈은 평상시와 다른 극한을 선물한다. 잔잔하던 눈보라가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 주변의 모든 걸 집어삼킨다. 불과 몇 초 사이 세상은 불 꺼진 어둠이 내려 않는다.


정상을 향해 달린 지 5분.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를 의지하며 발걸음을 땐다. 찬바람에 손은 이미 차갑게 굳었다. 엄마는 안간힘을 쓰며 어이의 손을 꼭 잡고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눈길에 쉬울 리 없다. 엄마도 아이도 미끄러지지만 그에 굴복하지 않는다. 아이의 눈빛에선 포기란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빨리 올라와~” 이미 가파른 능선에서 벗어난 아빠와 큰딸과 아들이 기다렸다. 웃음을 머금고 멀뚱이 서서 구경만 하는 아빠가 얄밉게 보인다.


거친 숨을 마스크 밖으로 토해내며 뒤를 돌아섰다. 당오름, 정물오름, 원물오름이 아스라이 눈가에 닿고, 이달봉과 이달촛대봉이 옆에서 응원을 보낸다. 까만 소낭을 빼곡히 덮인 488m의 높이지만 이달봉이 작게만 느껴진다. 그럴 만도 하다. 다소 가파름에 숨은 차오르지만 억새로 한결 여유만만함을 전져주는 519m로  30m가량 더 높기 때문이다. 150m 남짓 남은 새별오름의 정상이지만 이미 정상을 밟은 거나 다름없다. 주변의 들판과 오름은 내 눈을 감싸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색다른 그림의 이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