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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욱이 Jun 15. 2023

나는 겁쟁이

21. 05. 08 높은오름




땅으로 내려오는 햇살은 마음을 뺏는다. 어디로 튈지 나조차 모를 하늘의 손짓이 쿵 벼락을 내린다.


문석이 오름가는 길목, 동검은 오름 방향 우측으로 빠져 하염없이 길을 따른다. 2년전 황폐하게 어지럽던 문석이 오름의 나즈막한 어깨를 마주한다. 휴지기에 들어갔던 문석이 오름. 예전과 다르게 파릇파릇 풀이 자라고 정돈 된 모습이다. 쓰라렸던 마음이 2년이 지나서야  따스하게 녹아내렸다.


“이만큼 회복되어서 다행이다.”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길가를 따라 우거진 풀숲과 나무 그리고 눈에 뛸까 말까한 풀꽃이 뒤따른다. 제비꽃, 개별꽃, 찔레꽃 등 모두가 함께 가길 원한다. 입에서는 어느새 노래가 흘러나왔다.


동검은 오름 입구를 살짝 마주한 후 20분이 훌쩍 넘게 지났다. 그 사이 동검은 오름은 나의 등을 비볏고, 텅빈


공연장의 주인공인 된 난 홀로 춤을 추었다. 그저 말 없이 바라만 보는 풀과 나무의 박수소리뿐이다. 뚜벅이의 발걸음을 달래준다. 높은 오름에 코앞이다. 입구는 단 하나, 공동묘지를 지나야 오름 아래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높이 400여미터로 주위에서 가방 높은 곳. 시작부터 여유라곤 느낄 수 없다. 계단을 하나하나 오를때마다 마스크는 숨통을 재여온다. 그 작은 공간을 스킴한 냄새가 파고든다. 눈동자만 정신없이 돌아가고익숙한듯 한 냄새에 심장은 지레 걱정이 앞선다.


조금 숨을 돌리려는 찰나 묘와 묘 사이에 우뚝 서있는 한마리의 말. 가던 걸음을 막아선다. 주춤거리는 발걸음 이미 머리는 고민에 휩싸인다. 소가 아니었다는 안도를 느끼며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마음은 오름 정상의 바람을 쐬지만, 몸은 그렇지 못한 겁쟁이다. 마냥 말이떠나기만을 기다렸다. 잰발걸음으로 주변만 서성이고 획획 변해가는 하늘을 보며 마음만 졸인다. 갔을까? 아직 그 자리다. 말을 보며 덩그러니 선채 어떻게 빠져나 갈 수 없을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요렇게 저렇게~ 실패다.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떤 방법을 써도 결과는 똑같다. 이런 겁쟁이의 나에게 화가 치밀었다. 등신, 바보 자책에 빠져 한탄을 늘어놓는다.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말이 발걸음을 옮기는데…


“왈왈왈” 개도, 뿔이 달린 소도 아닌 말에게 까지 겁을 먹는 난 겁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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