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우울함

철수와 영희는 꼭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by Kawaii Hawaii

영희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다.

미소를 머금고 살아가는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화면에는 뭐가 그렇게 행복한지 웃는 사람들만 보인다.

누가 웃음은 전염된다고 했는가?

적어도 영희는 아닌 것 같다.

더 비참해지면 더 비참해졌지.
그 웃음을 유발하는 감정을 느끼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마냥.

너무 힘들어서 다 놓아버리고만 싶다.


철수는 영희 곁을 지키고 있다.

철수는 영희의 가족이고 연인이자 친구이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막힌다.

항상 우울해하는 그녀를 보면,

가끔 화딱지도 난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지 혼자 감정 잡고 청승이다.

항상 자기는 패배자, 피해자.

아무리 힘내라고 할 수 있다고 힘을 주어도 귓등으로도 듣질 않는다.

세상에서 지가 제일 불행한 것 마냥 힘없는 모습을 보면,

답답해서 힘들다.


누가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가?

기쁨은 나누면 질투를 낳고,

슬픔은 나누면 불편함을 준다.


사람은 그렇게 이기적이고 죄인이다.


철수야,

너는 참 폭력적이다.

영희는 우울하고 싶어서 우울한 게 아니다.

우울함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고 절대적인 것이다.

아무리 남들이 볼 때 별거 아닌 것 같고,

아무리 완벽해 보이고 부족한 것 없이 청승 떠는 것 같아 보이는 영희도,

그녀가 우울하고 힘들다면 그런 거다.


"저기 저 사람은 걷지 못해서 평생 휠체어 타는데 웃잖아?"

"너 조금 절뚝거리는 거 괜찮아. 괜찮다니까?"

명백한 폭력이다.

절뚝거리는 것 때문에 한없이 우울해진 사람은,

지금 힘들고 우울하다.


우울함이란 감정은 그런 거다.

실체가 없는 것 같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 같고,

나약하고 답답해 보여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힘들어하는 영희가 그걸 증명한다.


결국 철수야, 네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뿐이다.

건강도 마다하고 혼자 자꾸 구석으로 들어가는가?

그것 참 안되었다. 그녀가 알아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노력이 별 도움이 안 되는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그 존재 자체가 가장 큰 도움이 된다.

그 자리에만 있어주면 된다.


영희야,

너도 참 폭력적이다.

우울함을 한껏 뿜어내는 너는 참 폭력적이다.

네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그 어두운 기운은,

주변 사람들 정말 지치게 만든다.

네가 힘들고 우울하다고,

눈빛과 행동과 말로써 표현할 때

가장 가까이 있는 그 사람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가끔 그냥 너와 함께 있는 것 마저도 가끔 숨이 막히고 지칠 때가 있다.


세상이 널 미워하지 않는다.

네가 널 미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가 널 미워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우울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거기 잠식되기 쉬워진다.


나도 안다.

네가 힘들면 힘든 거다.

꾀병 부리는 거 아닌 거 안다.

일어나서 가벼운 산책가기도 싫고,

매일 하던 반복된 일과도 새삼 고역이다.


힘들고 눈물이 난다.

뭐 하고 싶지도 않다.

너도 행복하고 싶은데,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힘들다고 표현해도 다들 도움도 안 되는 말만 한다.

너는 정말 힘든데, 그렇지?


항상 밝던 친구가 한번 우울한 소리를 하면,

사람들은 반응한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우울한 친구가 그런 소리를 하면,

겉으로는 동조할 수 있어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있다.

항상 당신에게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그러기에는 지쳐 쓰러져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극이 반복되면, 반응은 점점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은 학습되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있다.

그러므로 지쳐가는 그의 모습에 상처 받지 말아라.


반대로 항상 부정적이고 우울해하던 영희가

운동을 시작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이면

철수의 마음은 어떠할까?

너무 행복한 동시에 불안할 것이다.

영희가 변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에서 비롯된 행복.

잠깐 힘을 내 보다가 다시 지쳐서 돌아갈 것 같은 불안함.


그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건 오롯이 영희 당신 몫이다.

우울함은 극복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변한 영희 모습에 그렇게 기뻐하던 철수도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익숙해져 갈 것이다.

영희야, 상처 받지 마라. 그것 또한 폭력이다.

넌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철수의 중심은 영희 네가 아니야.

철수도 본인의 중심은 철수다.


사람은 그렇게 이기적이고 죄인이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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