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과 달리기

애증의 관계

by Kawaii Hawaii

입대 전의 나는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았다.

헬스는 종종 했다.

몸만들기에는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뛸 일은 거의 없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다이어트를 해야 할 만큼 살쪄본 적도 없다.

내 분당 심박수는 95를 넘길 정도로 빨랐다.

자세는 꼽추처럼 구부정하다.

가만히 서 있어도 허리가 아프다.

천식 기운이 있어서 격한 운동을 하면 숨이 가빠온다.

허리와 하체가 유독 약해서,

스쾃이나 데드리프트 무게는 너무나 가볍다.

큰 마음을 먹고 다짐해야 했다.

그래서 남자답게 스킵했다.

하체운동은 참 쪽팔리고 재미없었다.


미군이라고 쓰고 마라토너 육상단체라 부른다.

이 미친놈들은 노상 뛰어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냥 뛰어댄다.

뭐 들고뛰고 뭐 끌면서 뛰고..

뛰는 날 아침에는 한숨부터 나온다.

그래도 열심히 뛰어댔다.

숨이 턱끝까지 올라오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다.

다리는 억지로 그냥 버텨낼 뿐이다.

지금의 나는 얼마나 발전했냐고?

그래도 아직 못 뛴다.


발전했음에 의의를 두자.

건강도 건강이지만,

정신과 생각의 발달도 큰 의의가 있다.

억지로 하던 달리기에서,

기대감을 가지고 달리게 된 것에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


물론 뛸 때는 정말 죽을 것 같다.

한번 무작정 뛰어봐라. 진짜 죽을 것 같다.

걱정마라 안 죽는다. 죽기 전에 토 하거나 정신 잃고 쓰러진다.

내가 몇 번 봤다. 죽진 않더라.

42.195km 뛰고 돌아가신 그분 얘기하지 마라.

너 42.195km 안 뛸 거 다 안다.


각설하고, 뛰고 나면 정말 개운하고 기분이 좋다.

우리는 달려야 한다.

실제로 인간의 몸은 달리기 가장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

장담컨데, 수십 가지의 약을 먹는 것보다 달리는 게 몸에 좋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같은 것도,

뛰면 그게 약보다 효과가 좋다.

우울한 것도 점차 날아간다.


여담이지만 우울증에는 개인적으로 헬스를 추천한다.

몸매를 가꾸면 보다 직접적인 성취감과 가시적인 효과를 주면서

자신감도 매우 향상된다.


사람 몸은 참 대단하다.

무릎이 아작 나거나,

인대가 파열되거나,

근육이 끊어지니 않았다면,

당신은 달릴 수 있다.

앗. 나이가 많이 들었는가?

미안하다. 관절 아끼고 수영해라.


각설하고, 5분도 못 뛰는 당신. (12km/hr 기준)

극히 정상이다.

평소에 뛰질 않았는데 어떻게 뛰겠는가?

일주일에 3번만 조깅해도 필요한 근육과 조직은 발달한다.


내가 일반인보다도 훨씬 못 뛰다가,

지금도 어느 정도 뛰면 천식 기운이 올라오는데도

기록이 많이 단축된 노하우를 알려주겠다.

나처럼 지독히 못 뛰던 사람이 주는 노하우가 원래 더 효과적이다.

심장 좋고 하체 좋고 다리 길고 타고난 애들은,

그냥 전날 밤에 맥주 마시고 늦잠자도 토끼처럼 곧잘 뛰더라.

금수저 체력 놈들 길가다 다 자빠졌으면 좋겠다.


1. 같이 뛰어라.

혼자 뛰는 것보다 누군가와 같이 뛸 때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다고?

이 속담 그냥 나온 말 아니다.


2. 시간을 너무 자주 보지 말아라.

만일 목표치가 당신의 한계보다 낮았다면,

장담컨대 더 뛸 수 있는데도 딱 그 목표치에서 몸은 지친다.


3. 전속력 달리기, 걷기

인터벌 트레이닝이라고 한다.

기록 단축이나 발달 측면에서는 무작정 뛰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평소에 안 하던 전속력 달리기를 무리해서 너무 많이 하지 말아라.

분명 부상이 생긴다. 정강이 아래쪽이 욱신댈 것이다.)


4. 긍정적인 생각.

뛰기 전부터 개운함을 기대해라. 성장함을 기대하라.

구시렁거리면서 시작하면 중도포기 확률이 매우 높다.


5. 꾸준히 뛰어라.

앞서 말했듯이 몸은 참 대단하다.

늘어가던 달리기. 몇 주만 쉬어도 몸은 회귀한다.

어? 이제 안 뛰어도 되나 보다. 한다.


6. 전 후로 스트레칭 꼭 해라.

부상을 입을 확률이 줄어든다.

그리고 항상 스트레칭을 해 주면, 몸이 뛸 준비를 한다.

스트레칭할 때 몸이 느낀다.

어? 이제 얘 달리려나 보다. 한다.


7. 발 뒤꿈치로 착지하지 말아라.

쿵쿵대며 뛰는 소리, 네 무릎 아작 나는 소리다.

뛰는 자세 중에서도 착지가 중요하다.

발 앞쪽으로 착지하려고 노력해 보자.

그래도 뒤꿈치가 먼저 떨어지는가?

대놓고 뒤꿈치가 쿵쿵 떨어지는 것보다 낫다.


당신이 뛸 때 몸 안에서 얼마나 좋은 현상들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지금 나는 건강해지고 있다.라고 생각하며 뛰어라.

정말 만에 하나,

이 글을 읽고 당신이 규칙적인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면,

난 당신이 본 의사들보다 당신 건강에 큰 이바지를 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우울증, 우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