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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Apr 26. 2020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불평등의 이유 - 노엄 촘스키

영화 매트릭스가 재미있는 이유는 현실이 가상이고 진짜 현실은 비참하다는 데 있다. 진실을 외면하고 가상세계에서 별생각 없이 행복하게 살면 그만인데 굳이 지옥 같은 현실을 보려 한다. 진짜 현실을 알았을 때 이 세상은 다르게 보이고 그때부터 시작이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자본의 논리라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세상이 불평등한 이유는 분명하다. 자본을 가진 자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노엄 촘스키는 이 세상이 불평등한 이유에 대해서 10가지 원리를 설명한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매트릭스의 모피어스가 준 빨간약을 먹은 기분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국민이 주인인 세상이지만 부자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빈민들이 한데 뭉쳐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는 정치체제를 말한다. 그래서 미국 헌법의 주요 설계자인 메디슨은 ‘민주주의를 축소하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문제를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평등을 축소하라’고 했고, 뉴욕주지사였으며 사회복지 정책으로 유명한 앨 스미스는 ‘더 많은 민주주의’라고 했다.


“민간기업의 이익이 곧 국가의 이익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삼성 망하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미 우리는 특정 기업과 나라의 운명을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한다.


70년대 들어 제조업보다 금융업이 발달하면서 자본가들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자본의 세계화가 일어났다. 노동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지만 자본은 자유롭다. 그들은 자신들이 위험에 처하면 납세자들의  세금인 구제금융으로 자기들을 구해주고, 세계를 통제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력을 가진 강력한 국가를 원한다.


그래서 기업은 사활을 걸고 정치에 투자한다. 기업의 로비스트가 사실상 입법을 주도하는데 규제를 받아야 하는 기업들이 규제자를 관리하는 꼴이다. 우리들은 선거에 10분만 투자한다.


자본가들 입장에선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안 된다. 온갖 광고에 둘러싸여 이 물건만 사면 행복해질 거 같은 소비자로 살면 된다. 코로나로 경제가 힘들어지자 재난 소득을 주는 것도 소비하라고 주는 거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으려면 서로 연대하면 안 된다. 지역과 노인, 여성 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타인과 취약한 대상에 대한 공격 등 초점이 맞지 않는 분노의 형태로 나타날 때 연대는 깨진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기업이나 자본가들은 국민들 삶에는 큰 관심이 없다. 소비자로서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불평등한 지금의 세계가 지속될 수 있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래서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규제를 기업들이 관리한다.


민주주의가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규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그 믿음이 깨진다.


민주주의와 인간은 벼랑 끝에 섰다. 코로나를 통해 변하지 않으면 멸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더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사상이나 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까?


빨간약을 먹었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질문이 생긴다. 이제 또 다른 답을 찾아야 하는 무한 루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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