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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un 28. 2020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

신기율 - 직관하면 보인다.

직관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척 보면 압니다'와 같은 유행어처럼 신통력 같은 통찰력을 떠올리게 된다. 또는 바람난 남편을 기가 막히게 알아내는 아내의 육감도 생각난다.


직관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판단, 추리 따위 작용에 의하지 않고, 사물의 본질이나 또는 알고자 하는 대상 등을 직접 파악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직관이란 ‘과정이라는 말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필터들을 거치지 않고 직접 닿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은 직관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공명과 공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모든 물체는 각각의 고유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는데 두 개의 고유 진동수가 만났을 때 큰 진폭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공명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동조가 있는데 개인 또는 집단의 압력으로 인해 누군가의 태도와 행동이 변화하는 현상이다. 배주미 작가의 소설 [싱커]에 보면 순한 메뚜기들이 동조현상을 통해 겉모양과 성격까지 바뀌어 흉폭한 메뚜기 무리로 변화는 얘기가 나오는데 신비로움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공전이란 한 천체가 다른 천체 주위를 원이나 타원궤도로 도는 것을 말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보면 적절한 거리에서 서로 균형을 맞추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의 사람은 하나의 우주와도 같아서 너무 가까우면 서로 상처 받아 깨지게 되고, 너무 멀면 그대로 지나쳐 버리고 만다. 적절한 거리를 찾게 되면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게 된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본 내용은 융의 ‘동시성 현상’과 ‘유령 DNA’에 대한 내용이다.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어디가 다치셨다고 한다거나, 여러 해 동안 못 만난 친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오는 등의 경험들을 해 보았을 것이다. 융은 이렇게 정상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동시성 이론'을 통해 설명하려고 했다. 둘 사이에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가 모르는 차원에서 연결되어 있는 걸 수도 있다. 


융의 ‘동시성 현상'은 데이비드 봄의 ‘홀로그램 우주론'으로 확장되는데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세계는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며, 전체의 일부분을 홀로그램처럼 비추는 것이고, 실제 전체는 다른 차원에 존재한다는 거다.


러시아의 포포닌 박사 연구에 따르면 DNA 샘플을 레이저에 비추면 스크린 위에 전형적인 파동 패턴이 만들어지는데 샘플을 치워도 심지어 몇 주 동안이나 이 파동 패턴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특정 파동을 방사함으로써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다.


유령 DNA가 의미하는 건 모든 물질은 고유의 파동이 있으며 각각의 파동이 공명에 의하여 더 증폭될 수 있고 심지어 물질이 사라지더라도 그 파동이 남아 다른 물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작가는 이 책에서 직관이란 이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와 보이는 세계를 연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매트릭스의 모피어스를 본떠서 ‘모스'라고 이름 붙인다. 직관을 잘 개발한다면 사물이나 세상 돌아가는 본질을 깨달을 수 있을까? 


깨달음이란 ‘현재의 세계가 나의 뇌가 해석한 허상이라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작가 채사장이 말했는데 홀로그램 우주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현실세계가 허상이라는 걸 깨달으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깨달음을 얻는다면 우리는 부처나 예수처럼 그 깨달음을 전파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역사 속에서나 나오는 얘기이고, 어설픈 깨달음에 의한 일방적인 전달은 어떤 동감도 일으키지 못한다. 서로의 주파수가 맞아야 공명을 하고 증폭될 수 있다.


깨달음이란 혼자 명상하며 얻을 수도 있겠지만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주위 사람들과 공전과 공명을 잘하다 보면 얻어지는 부산물 아닐까? 깨달음을 얻는 목적도 주위 사람들과 서로가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 고유의 파동 패턴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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