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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an 05. 2019

싱커 syncher

배미주 장편소설

21세기 중엽 동아시아 연합은 지구를 벗어나 외계행성에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구 상에 ‘베타 지구 프로젝트’라 불리는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우림을 재현한 ‘신아마존'을 만든다.


서기 2060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전쟁이라 불리는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2063년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하고 시안에 본부를 둔 초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오 옥토퍼스는 백신을 개발했지만 변이를 일으켜 인류가 몰살 지경에 이른다.


2068년 시안은 봉쇄를 선언하고 지상 세계와 단절한다. 그 후 지표면은 급속도로 얼어붙어 빙하기에 들어선다.


시안과 외부세계의 경계라 할 수 있는 꼭대기층에는 메이징 타운이라고 불리는 난민촌이 있다. 메이징 타운은 본래 신아마존으로 가는 고속철도와 연결된 시안 최대의 전자 상업구역이었다. 시안 봉쇄 후 신아마존으로 이어지는 철도 역시 폐쇄되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 때문에 자연을 추방해버렸다. 자연은 아이들 그림책과 수업시간 홀로그램 속에서만 존재한다.


주인공 미마는 시험을 위해 스마트 약을 사려고 메이징 타운 암시장에 갔다가 ‘싱커’라는 게임과 물고기를 가져오게 된다.


‘싱커'는 지금은 폐쇄된 신아마존의 동물과 동조하여 실시간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이다.

시안의 아이들 사이에 싱커가 급속하게 퍼진다.


지금의 신아마존이 있을 수 있게 한 ‘역진화 발생기'의 비밀을 쫒던 미마와 친구 부건은 바이오 옥토퍼스 사의 비밀을 알게 되고 붙잡히게 된다.


바이오 옥토퍼스 사는 메이징 타운 난민촌 소탕작전을 펼치게 되고 신아마존에 살고 있던 ‘칸'은 동물들을 이용해 시안을 덮친다.


딸 추천으로 읽게 된 책. 한국에는 흔하지 않은 sf소설이다. 여러 과학적 사실들과 상상들을 버무려 놓았다. 특히 거대한 메뚜기떼의 동조현상은 신비롭다. 평소에 순하던 메뚜기가 접촉을 통해 겉모양과 성격까지 변한다. 점점 개인화되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진화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과 합쳐져서 슈퍼맨이 될까?


p37

말씀하신 대로라면 동조는 어디에나 있는 거겠지요. 별의 형성, 행성계의 자전과 공전… 생명체의 발생과 진화.. 의식의 탄생… 그리고 사랑. 동조란 무수한 행위자의 무수한 행동이 이루는 복잡한 그물 속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패턴이자 변화가 아닐까요.


p51

진화란 생물체가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는 느리고 힘든 과정이야. 의식을 가진 존재가 진화의 정점이라는 생각은 인간의 착각일 뿐이라고

멍게는 유생 단계에서는  약 300개의 뇌세포가 있어 그런데 일단 정착할 곳을 찾아 딱 붙고 나면 평생 움직이지 않아. 그다음에는 필요 없는 기관을 없애.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뇌가 필요 없어. 뇌는 생명체가 움직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진화한 거거든


p55

역진화 발생기란 생물의 배아나 포자에 그 조상이 본래 지녔던 형질을 발현시킬 수 있는 물리적, 전기적 환경을 인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진화 과정에서 꺼졌던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


p98

미마는 처음에 동물들이 먹고 먹히는 나날의 일과 속에서 어떻게 신경증에 걸리지 않는지 궁금했었다. 숲에는 배고픈 동물보다 그렇지 않은 동물이 훨씬 더 많았다. 배고픈 포식자의 흥분은 화학적 경고로 주위의 피식자들에게 전달되었다. 그 범위는 발정기의 암컷이 수컷을 부를 때 페로몬이 미치는 범위에 비하면 훨씬 좁았다. 즉 공포감은 근접거리 안에서만 영향을 미쳤다.


p111

우리 현대인의 뇌 속엔 진화 단계에서 거쳐온 세 개의 뇌가 중첩되어 있어.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그리고 인간의 뇌. 파충류의 뇌가 본능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동물의 뇌가 감각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인간의 뇌는 분석과 종합 따위 사고를 담당하는 거야. 물론 나머지 뇌도 나름의 기능을 하지만 주도적인 뇌에 지배되고 있어 의식하기는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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