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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Feb 13. 2021

지식은 가능성이다.

금지된 지식 - 에른스트 페터 피셔

태초에 에덴동산에는 죽음이 없었다. 하나님이 금지한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알게 되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여자는 출산의 고통을, 남자는 노동의 고통을 지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하나님은 왜 선악과를 금지했을까? 어떤 지식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작가는 '선악과'는 다름 아닌 성에 대한 지식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섹스를 통해 하나님과 같은 생명창조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지식을 두려워한 하나님은 금지했던 것이다.


인간은 섹스를 통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알게 됐지만 대신 죽음이 생겼다. 죽음은 유성생식을 하는 유기체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노화와 죽음은 우리가 행하는 섹스의 댓가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책은 죽음 때문에 인간은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됐다고 하고, 이런 금지 때문에 지식이 발전하고 형성됐다고 주장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천동설이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같은 예는 진부했지만, '과학이 비밀을 드러내기보다는 더 깊이 감춘다'는 견해는 새로웠다.


수학에서는 무한소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양자역학에서 코펜하겐 해석은 ‘입 닥치고 계산이나 해!'라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식이 늘어날수록 비밀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수록 모르는 것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쩌면 이런 비밀들이 인간을 지금까지 보호했는지도 모른다.


뇌 연구자들은 자유의지는 없다고 하지만 혼돈이론이 자유의 가능성에 대해 말한다’고 한 부분이 특히 흥미로운데, 자유의지는 의식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좀 찾아보니, 카오스 이론은 '혼돈 속에서 질서가 자발적으로 생긴다'는 것으로, 우리 뇌와 같은 카오스계의 예측 불가능성이 자유의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예측 불가능성’과 ‘불확정성의 원리’가 이 우주를 창조하고, 생명을 창조하고, 인간을 창조하고, 자유의지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예브게니 쟈마틴의 소설 ‘우리들'에서 ‘인간 범죄를 막는 방법은 자유를 없애는 것뿐’이라는 내용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이상주의자들은 인간의 다양성을 신봉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라고 주장한다. 레베카 코스타도 ‘지금 경계선에서'라는 책에서 다양성이야말로 인간 생존의 열쇠라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20세기 후반에 인간은 원자핵과 세포핵이라는 비밀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원자폭탄을 만들어서 인류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걸 증명했다. 또한 세포핵을 조작함으로써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세상에 내놓았고, 우리는 인공지능이 왜 이런 결과를 내놓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지식은 금지되어서는 안 되지만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 추구가 모든 인간의 본성이라고 했다. 베이컨은 ‘아는 것은 힘'이라고 했다. 저자는 이것을 ‘지식은 가능성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가능성의 한계를 아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 보는 것뿐이라고 한다.


나는 오늘도 불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 이 책은 다산북스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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