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 모임 성장기, 연작 에세이 1편
주말이면 7시 50분에 알람이 울리고, 일어나서 시리얼을 먹고 커피를 내린다. 거실 오디오를 켜서 음악을 틀고 노트북을 연다. 즐겨 찾는 it, 오디오 커뮤니티 글들을 읽고 있으면 9시쯤 와이프가 일어난다.
전에 읽은 책들에 붙여놓았던 포스트잇지를 보며 인상 깊었던 문구들을 옮겨 적는다. 옮겨 적으며 생각나는 질문이나 감상을 간단히 코멘트해놓는다. 질문이나 감상들이 어느 정도 분량이 되는 책을 골라 서평을 쓴다.
11시쯤 되면 애들을 깨운다. 8시부터 11시까지 주말 오전 3시간 정도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나만의 시간이다. 이 주말 일상이 깨지면 하루 종일 마음이 개운치 않다.
이런 주말 일상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달은 것은 2015년 4월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부터다. 3개월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엄마가 주간에 여동생, 와이프, 내가 야간에 3교대를 하며 간병을 했다.
3일에 한번 가산에 있는 회사에서 퇴근해서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 밤을 새우고 그다음 날 아침 회사로 출근했다. 주말이면 엄마 좀 쉬시라고 다음 교대할 사람이 오는 저녁까지 보냈다. 와이프 얼굴을 3일에 한 번씩 볼 수 있었고, 온갖 편의점 도시락은 다 먹어보았다.
무료한 병원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채사장의 지대넓얕 팟캐스트를 듣게 되었다. 시간을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버지가 퇴원하시고 통원치료를 하게 되었다. 너무나 소중하고 그리웠던 일상이 돌아왔다. 그러던 중에 평촌에 사는 친구가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너도 한번 가까운 동네에 있는지 찾아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2015년 11월에 GGRC(구로가산 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다. 온라인 동호회에 참석한 것이 처음이었다.
3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2018년 1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3개월 동안 서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입원생활을 했다. 이때는 와이프를 빼고 여동생과 야간 2교대를 했다. 아마 지금까지 투병 생활하면서 같이 보냈던 시간이 아버지와 같이했던 가장 많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 그렇게 무뚝뚝하셨던 분이 아프실 때는 너무 해맑게 웃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선물 같은 것이 GGRC가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