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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박재관 Dec 26. 2021

토론

나의 독서모임 성장기, 연작 에세이 4편 마지막

2017년 5월 독서모임 나간 지 일 년 좀 넘은 초보가 얼떨결에 회장이 되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나라에서 공모하는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덜컥 선정되었다. 저자와의 만남, 전시회 관람 등에 80만 원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다.


대학로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에 다녀왔는데 전국에 있는 독서동아리 500여 개가 지원해서 그중에 190여 개 정도가 선정되었다고 했다. 선정된 각 동아리 대표가 모인 자리였는데 제주도에서도 올라오는 등 그 열기가 뜨거웠다. 옆자리에 낙성대에서 모임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고 인문학 책 150권 리스트를 정해놓고 독파하고 있다고 했다.(뜨끔했다)


그곳에서 비경쟁 토론이라는 걸 했다. 각 모둠별로 짧은 동화책을 읽고 토의를 통해 질문을 만든다. 질문을 발표하고 마음에 드는 질문이 있는 모둠으로 이동할 수가 있다. 이동후에 다시 각 모둠별로 두 번째 질문을 만들고 발표한다. 이런 식으로 토론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독특했다.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두 번의 저자와의 만남과 전시회 관람을 했다. ‘서촌 오후 4시’의 김미경 서촌 옥상 화가 그리고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의 박민우 여행작가다. 그리고. ‘모네 빛을 그리다전’, ‘에셔 특별전’등을 감상했다. 


처음 진행해본 작가와의 만남은 섭외, 현수막 제작 같은 준비과정부터 진행, 뒤풀이까지 떨림과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신선했고 재밌었다. 무엇보다 작가님들이 성심성의껏 자신의 이야기와 답변을 해주시는 게 좋았다.


그전 ggrc(구로가산독서모임)는 자기가 읽은 책을 소개하는 모임 중심이었고, 어쩌다 한번 책을 정해서 토론을 했었다. 독서토론을 정착시키고 싶어 격월로 독서토론을 추진했다. 하지만 토론을 진행하는 달은 참여율이 저조했다. 토론 책을 읽지 않으면 참석이 어렵기 때문인 거 같았다.


토론 진행도 쉽지 않았다. 발제도 없었고, 무엇보다 토론을 잘 이끌어 나갈 좋은 질문이 부족했다.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오래 하는 사람들을 적절히 커트하고, 별로 말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스킬이 부족했다.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웠다. 


자발적인 발제를 제안해도 참여가 저조하고 부담스러워했다. 자기가 별로 마음에 안 드는 책이 선정되면 참여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에 적합한 책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그럼에도 토론을 하는 이유는 같은 책을 읽고도 얼마나 다양하게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른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어떻게 다른 사람은 또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토론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책을 한번 더 보면 처음 볼 때 와 또 다르게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토론의 핵심은 앞서 비경쟁 토론 방식에서 말했듯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 좋은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아 잘못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구나, 내가 잘못 해석하고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게 하는 질문이 좋은 질문인 거 같다.


토론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정치나 종교 이야기처럼 싸움이 될 수도 있지만, 좋은 질문을 찾는 과정이라면 싸우지 않고도 각자가 통찰을 얻어갈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에릭 와이너는 좋은 아빠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고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아빠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 좋은 아빠가 어떤 아빠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토론을 통해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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