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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Mar 20. 2022

거짓 속에서 진실 찾아내기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소설의 원작 영화들은 너무 유명해서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린마일 등을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어 본 적은 없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영화를 봐서 그런 건지 통속 소설이라 생각해서인지 모르겠다.

 

처음 접한 그의 책이 글쓰기 창작론 책이라니 베스트셀러 작가의 비법을 전수받고 싶었나 보다. 첫인상은 이 사람은 글쓰기 창작론도 이야기로 풀어가는구나 였다. 그것도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로, 하지만 자서전이 아니라 이력서라고 말하는 게 특이했다. 지지리도 못살았고 굴곡 많았던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써나가는 게  놀라웠는데. 독자들에게 면접시험 본다는 느낌으로 써서 그런 건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였고, 자동차 사고 때문에 크게 다쳐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난과 중독, 죽을 뻔한 큰 사고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나 보다.


이런 스티븐 킹을 작가로 만든 사람은 엄마와 아내 두 사람이다. 어릴 때 만화책을 베껴 쓴 글을 보고 “기왕이면 네 이야기를 써라”라고 말한 엄마의 한마디, 그리고 소설 캐리의 초고를 와이프가 쓰레기통에서 건져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다.


그는 “작가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자질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고, 갈고닦으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하며 이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냥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 잘 못쓰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그는 ‘글쓰기란 정신감응이고 유혹’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텔레파시와 같고, 남자가 여자를 꼬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같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다만 나는 열심히 꼬시는데 감응이 안되고 반응이 없어서 답답할 뿐이다. 그런 비법이나 묘수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수동태랑 부사를 많이 쓰지 말라고 하는데 큰 도움은 안된다.


오히려 글 쓰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말한다. 책도 안 읽으면서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많이 읽는다고 잘 쓰는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글 쓰는 자체가 즐거움이 없다면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다'라고 말한다. 이게 핵심이다. 아직 나는 글 쓰는 게 즐겁기보다는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아직 잘 못쓰나 보다. 모든 일은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아무리 글을 잘 못써서 텔레파시가 안 통하고 반응이 없어도 계속할 수 있다. 그리고 지속하려면 '건강도 해야 하고 결혼생활도 잘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건 글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는 소설의 소임에 대해서는 ‘거짓의 거미줄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설이란 기본적으로 거짓으로 꾸며낸 허구의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것이 소설의 목적이라는 것에 동감한다. 


그는 소설 창작이라는 것은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플롯보다 직관에 많이 의존하는데 많은 작품들이 '줄거리보다는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많은 작가들이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배경, 환경 등을 치밀하게 설정해 놓으면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점이 너무 신기하다. 그다음부터는 작가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글을 쓴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창조한 소설 속의 인물들이 쓰는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은 없지만 굉장할 것 같다.


그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모든 것이 일시에 연결되는 통찰력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고,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도 통찰까지는 아니지만 쓰면서 내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숙고하고 사유하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내 사고가 점점 확장되고, 실천할 때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게 아닐까? 


때론 글 쓰는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그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글쓰기의 목적이라고 홍은전 작가는  ‘그냥, 사람’에서 말했다. 스티븐 킹은 거짓 속에서도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소설이라고  말한다. 김연수 작가는 ‘소설가의 일’이라는 에세이에서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들 때문에 소설을 쓴다고 했다. 나도 잘 안될 줄 알면서도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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