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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Jan 13. 2018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소설은 1Q84 이후 처음이다. 그가 창조한 환상의 세계는 왠지 모를 설득력이 있다.


별 볼 일 없는 초상화가인 주인공은 한순간에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당하고, 정처 없이 헤매다가 아버지가 유명한 일본 화가인 친구 집에 머물게 되고, 그곳 다락에서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을 발견하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데아라는 순수 관념이 실제화해서 나타나고 메타포가 난무한다.


자기 자식 일거라고 추정하지만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우리는 손에 쥐고 있는 것, 혹은 장차 손에 넣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잃어버린 것, 지금은 손에 없는 것을 동력 삼아 나아가고 있다."

인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믿는 기이한 능력이 있다.


"진실은 곧 표상이고, 표상은 곧 진실이지. 그러니까 눈앞의 표상을 꿀꺽 삼켜 받아들이는 것이 제일이야."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표상인지 헷갈릴 데가 있다. 하지만 둘이 다른 것이 아니다. 동전의 앞뒷면일 뿐이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멈춰야겠다고 마음먹고 실제로 멈춘다는 것은 사실 상 거의 불가능하니까. 무언가를 그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도 하나의 생각이고, 그 생각을 갖고 있는 한 그 무언가 역시 생각의 대상이 되거든. 무언가를 생각하기를 멈추려면 그걸 멈추자는 생각 자체를 멈춰야 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추는 방법은 결국에 시간이 흐르는 수밖에 없다.


"실제가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결국은 연관성의 산물이지요. 여기 있는 빛은 그림자의 비유이고, 여기 있는 그림자는 빛의 비유입니다."

우리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한다는 것도 다른 무엇과의 연관성이 없으면 알 수 없다.


"확률이 30퍼센트일 때도 있고 70퍼센트일 때도 있다. 아마 진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30퍼센트 진실일 때도 있고, 70퍼센트 진실일 때도 있다."

세상에 모든 것은 확실한 게 없다. 진실도 어쩌면 확률이다.


"나는 물론 내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은 나와 상관없는 데서 멋대로 결정되고 진행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어. 다시 말해 나는 언뜻 자유의지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말로 중요한 일은 무엇 하나 직접 선택하지 못하는지도 몰라."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건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만이 진화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확률적으로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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