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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박재관 Nov 12. 2022

판단을 유보하면 평온을 경험한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 엥거스 플래처

슬픈 영화나 드라마 또는 소설을 보면 마음이 울컥한다.(요새 내가 많이 그런다) 이때 감정적 고양을 경험하는데 이를 다들 알고 있는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카타르시스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정화한다는 뜻의 의학용어라고 하는데, 이런 비극을 통해 정화되는 것은 바로 ‘두려움’이라고 한다.


문학은 이런 두려움 같은 감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해 낸 발명품이라고 이 책은 주장한다.


스토리는 여러 사건을 연결하고 시작과 끝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데 그래서 ‘우주는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고, 문학은 사랑, 경이, 믿음 같은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데, 이런 감정은 삶을 괴롭히는 악마들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문학의 위대한 힘은 바로 스토리와 감정 자극에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문학은 스토리의 확장을 통해 관심사를 밖으로 돌리게 하고, 자아의 경계선이 사라지며, 심지어 ‘무아지경’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한다.


재밌는 소설을 읽을 때면 무아지경까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곤 한다. 나와 주인공의 경계가 무너지는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과 깨달음은 고양이 실험을 통해 좌뇌와 우뇌가 각각의 의식이 있다는 사실과 왜 사람이 때에 따라 ‘선’ 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지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고양이 실험은 뇌량(좌우 대뇌 반구를 연결하는 신경)을 잘라 뇌의 좌우를 분리했더니 놀랍게도 양쪽 뇌는 의식이 있지만 둘 다 다른 쪽을 의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간도 각기 다른 두 개의 의식이 있고, 뇌량이 그 둘을 연결하여 마치 하나처럼 인식한다는 것이다.


의식이라는 것은 자아를 인식한다는 뜻도 있을텐데, 의식이 하나라면 자기를 자기라고 어떻게 의식할  있을까? 자기를 어떻게 바라볼  있을까? 항상 의문이었다. 그런데 좌뇌와 우뇌가 각각의 의식이 있다 설명되는  아닌가? 한쪽 뇌가 다른  뇌를 바라볼  있으니 메타인지나 자기 객관화 같은 것이 설명 된다고 느꼈다. 우리 안에  개의 의식이 있기 때문에 자아를 인식하고 바라볼  있다 납득이 됐다.


일반적으로 좌뇌는 논리를 담당하고, 우뇌는 감정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는 놀랍게도 그건 잘못된 통념이고, 오히려 좌뇌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우뇌는 부정적이고 투쟁적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 마음에는 천사인 좌뇌와 악마인 우뇌가 각각의 의식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은 점은 꿈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부분이다. 아직까지 꿈의 역할에 대한 부분은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고, 프로이트 같은 심리학자들은 꿈을 무의식의 영역이라 설명하기도 했고, 베르베르의 소설 ‘잠’에서는 꿈을 과거나 미래를 연결하는 타임머신처럼 그려놓기도 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뉴런은 왜 미래에 중요하겠다고 생각한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지 않고, 별로 중요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기억을 왜 싹 지우지 않는가?라고 묻고, 뉴런은 전에 남아 있던 연결과, 공존하게 될 새로운 연결을 통해, 이전 학습과 새 학습을 혼합하고, 그 과정에서 참신한 돌파구가 열린다고 답한다.


인간의 뇌는 일부만 기억하게 해서, 서로 섞이고 새로운 연결을 통해 창조성이 발현되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꿈이 이런 기억을 흩트리고 섞이게 해서 반만 기억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 아닐까? 이것이 꿈의 비밀 아닐까? 물론 혼자만의 가설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의문스러웠던 부분은 ‘판단을 유보하면 평온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판단을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유보할 수 있다면, 아타락시아, 즉 정신의 완전한 평정 상태에 이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부분이다.


보통은 어떤 깨달음을 통해 평정 상태(해탈)에 다다른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판단 유보를 통해 이를 수 있다고 말하다니 놀랐다. 하지만 어쩌면 깨달음도 하나의 오류와 편향일 수 있으므로 판단을 영원히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아닐까? 머리를 망치로 딱 때린다.


이 책은 한마디로 문학을 소재로 인간 뇌신경을 탐구한 과학 교양서인 것 같다. 문학에 관한 책이라 생각하고 선택하신 분들은 실망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에겐 많은 깨달음과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준 고마운 책이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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