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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박재관 Jan 15. 2023

위장을 움직일 수 있어요?

일간 이슬아 수필집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어렴풋이 안다. 이슬아는 매일 글을 써서 돈까지 받는다. 무슨 매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일단 솔직 담백하다. 다양한 경험 속에 녹아든 자신의 주장에 당당하다. 아마도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걸 작가를 통해 대리만족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다른 젊은 작가들과 다른 점은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들을 통해 자신이 나왔음을 인식하고, 그들을 관찰하고, 자신과 다른 점을 이해하고, 그들 속에서 내 삶의 뿌리를 통찰한다.


“내 존재가 그로부터 온 것은 아니지만 그를 통해서 온 것은 분명하다. 자식은 부모를 닮고 부모는 그의 부모를 닮는다"


“그는 어릴 적 내게 아주 많은 것을 더하거나 곱했다. 요즘 나는 그가 해놓은 것 중 많은 것을 빼거나 나눈다.”


이런 표현이 좋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더하거나 곱하려 하고, 자식은 부모의 나쁜 점을 빼거나 나누려고 한다. 그러다가 부모는 자신과 닮아가는 자식을 보고 깜짝 놀라고, 그건 자식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표현도 재밌다. 현재의 나는 호언장담하며 일을 저지르는 스타일이고 미래의 내가 잘 수습해 줄 거라 믿는다. 미래의 슬아라고 해서 ‘미슬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미슬이는 생각보다 무능했다’고 고백한다.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갑자기 현실감으로 반전하니 웃기다.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도 공감했다. ‘사랑은 어쩌면 그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하나의 확장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랑만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리라.


아름답기 때문에 그를 사랑한다고 했다. 물론 내 눈에 아름다움도 있겠지만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 같다. 인터스텔라의 김지수 기자는 이를 넘어 ‘아름다움이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한다. 당장은 틀려 보여도 아름다운 것이 맞다고 말한다. 이것은 외모지상주의일까? 본능일까? 아니면 본능을 뛰어넘는 우주의 원리일까?


어릴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내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이냐?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냐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조금 잘할 때가 문제다. 아마 대부분이 조금 잘할 뿐이다. 이 때문에 끙끙 거리며 힘들어하면서도 놓지 못한다.


책 내용 중에 의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위장을 움직일 수 있어요?' 자율신경계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내가 좋아하고, 아주 잘하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그냥 조금 잘하는 것들을 꾸준히 좋아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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