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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박재관 Jan 29. 2023

삶이 의미 없다는 것은 우주적 관점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도발적인 제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부르고, 먹고 있는 그 물고기는 뭐란 말인가? 다분히 의도한 제목이겠지만 작가의 답은 어류라는 범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더 쉽게 말하면 어류라는 범주로 나누는 것은 ‘인간이 자기 편하자고 나눈 것이지 의미 없다’로 이해했다.


말장난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짐작하다시피 이 책은 물고기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어찌 보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유명한 어류학자이자 명문 스탠퍼드 대학 창립 총장의 일대기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핵심은 어릴 때 아버지한테 받았던 영향을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지적 탐구이자 여정인 것 같았다. 모든 자식은 부모라는 알을 깨야 진정한 성인이 된다.


아버지는 우주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법칙 또는 진실은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우주는 결국 질서에서 혼돈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 법칙을 통해 아버지는 ‘의미도 없고 신도 없다.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딸에게 ‘넌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라고 말한다.


삶의 의미가 없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사람은 보통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신에 귀의하거나 또는 쾌락주의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롤 모델을 찾아내고 연구해서 극복하고자 한다. 그래서 찾아낸 인물이 데이비드란 어류학자이다.


그의 삶을 통해 결코 승리하지 못할 거라는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혼돈을 향해 계속 바늘을 찔러 놓도록 한 것이 무엇인지,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이 무엇인지, 신앙 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데이비드는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행동주의자 같다. “행복은 행하고, 돕고, 일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정복하고, 실제로 실행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데서 온다.”라고 말했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했고 동감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오만을 복용했다. 오만이야 말로 실패할 운명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 같다고 작가는 데이비드가 그 증거인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그 비결로 인해 우생학이라는 오류에 빠진것 같다고 작가는 고발한다. 그는 진화론을 받아들였지만 우생학을 창시한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의 길을 간다.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까지 이르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계층의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 진화가 곧 발전이라는 믿음. 하지만 다윈은 진화가 발전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 진화에 있어 어떤 종의 우월은 의미가 없다. 다만 각자 살아가는데 생존에 필요한 가장 최적의 형태일 뿐이다.


태초의 박테리아는 지금도 박테리아다. 자연에 적응하지 못한 종이 사라졌을 뿐이다.


진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변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종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핵심 같다. 종을 분류하고 사다리를 만드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없애는 것이다. 다윈에 따르면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했고, 자연에는 가장자리도 불변의 경계선도 없다고 했다.


이제 결론이다. 삶이 의미 없다는 것은 우주적 관점이다. 인간의 관점이 아니다. 이 깨달음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점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당연하지만 내 관점만이 우월하다거나 옳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니체가 말했듯이 어쩌면 내 모든 이해나 앎은 오해다.


아버지나 데이비드가 말했던 “생명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이었을까? 작가가 보기에 아버지는 광대 같은 허무주의자였고 데이비드는 아버지와는 너무나 다른 행동주의자이자 우생학자였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포장이나 가식 아니었을까?


작가는 엄청난 혼돈과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는 이유를 평범한 두 여성 커플 애나와 메리에게서 찾는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띄워주는 이 사람들의 작은 그물망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적 관점, 과학적 관점이 아니라 내 관점에서 "우리는 중요하다!"


지금까지 진화를 그렇게 봤던 것처럼 성장을 발전이나 우월함 같은 관점으로 이해했다. 작가의 언니는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라고 말했다. 내 생각은 지금까지의 내 관점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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