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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박재관 Mar 05. 2023

막장 구원 드라마

카라마조프 형제들 - 도스토예프스키

이 책은 겉으로만 보면 막장 드라마 같다.

욕심 많고 돈만 아는 아버지와 큰 아들 미차는 한 여자를 두고 다투다 아버지가 살해당한다. 둘째 아들 이반은 형과 약혼한 여자를 사랑하고 아버지와 형을 혐오한다. 셋째 아들 알료샤는 순수함과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수도원 생활을 하지만 수도사를 그만둔다.


카라마조프 가족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버지는 구제받기 어려운 악인에 가깝다. 돈만 알고 천박하다. 미차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며 돈을 펑펑 쓰는 망나니지만 일말의 양심과 자존심이 있다. 이반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무신론자이며 자신의 욕망을 숨기는 위선자다. 알료샤는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면서도 모든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려 한다.


모든 상황이 큰 아들이 아버지 살해범이라고 가리킨다.

돈에 쪼들리고 사랑의 연적이며 평소에 술 마시고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실제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고 도망가는 것을 본 목격자도 있다. 결정적으로 약혼자에게 범행계획을 편지로 보낸다.


이 책은 신앙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대심문관과 욥기의 이야기를 통해 기적이 신앙을 낳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기적을 낳는다고 말한다. 신앙은 실천적인 사랑을 쌓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앙은 논리 이전에 우선 사랑하는 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이 자신의 영생을 믿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무신론자의 위선에 관한 이야기다.

영생이 없다면 선도 없으므로 무슨 짓이든 다 허용된다고 말한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일부러 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아버지와 형을 혐오하던 이반은 그 둘이 사라지기를 바랬고, 그 욕망이 하인 스메르자코프에게 전달되었다.


이 책은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파뿌리만 한 선행만 있으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살아가는 가운데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든 사람은 한평생 구원을 받고, 하나라도 우리들 마음에 남아 있다면 그 추억이 언젠가 우리들을 구원해 줄 거라 말한다.


이 책의 압권은 스메르자코프가 이반의 위선을 폭로하는 장면이었다.

마치 광풍이 몰아치듯이 숨 쉴 틈 없이  한 인간의 가면을 벗겨 버린다. 논리적인 무신론자는 자신의 위선을 자각하고는 미쳐버린다. 자신이 신봉하던 주인이 자신의 신념보다 못났다는 걸 알아버린 하인은 자살한다.


미차의 재판 장면은 그 시대 러시아의 낭만이 느껴졌다.

지금 보면 증거보다 예측과 추정이 대부분이지만 하나의 인간과 사회 심리학 교과서 같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스스로 신앙심을 구축했던 과정을 이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수많은 무신론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의 공격을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처럼 생각하고 소화하고 자기 것처럼 연구해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그들의 위선과 허점을 이야기 속에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라키친이라는 인물 설정이 많이 아쉽다. 초반에 그는 카라마조프 가족의 진실을 꿰뚫고 있었고, 무신론자들의 일반적인 결론인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인간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는데 후반부에 가면 사기꾼처럼 그려진다. 사회주의자들에 관한 작가의 인식이 드러나는 것 같다. 특히 작은 라키친이나 이반 같았던 소년 콜랴의 변화를 통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앙 속에 구원이나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도 마찬가지로 니체의 초인사상이 가진 허점을 파고들고 결국 신앙으로 회귀한다. 신앙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설파한다. 이런 면에서 기독교인들에게는 하나의 위로와 같은 소설일 것 같다.


라키친은 이반의 이론을 바보 같다고 비판하고, 신앙을 떠나 인간속에서 스스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고 외쳤다. 난 라키친의 말에 동감했다.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본질은 인간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선한 부분을 잘 드러나게 할 수 있는가 같다. 그게 과연 신앙 뿐일까?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책 '휴먼카인드'에서 말했던 것처럼 책은, 신앙은 인간의 너무 악한 부분만 강조하는 거 아닐까? 왜냐하면 인간의 선한 부분을 이야기하면 주목 받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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