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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Oct 22. 2023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인간의 굴레에서 - 서머싯 몸

인간이라는 굴레를 누구도 벗을 수 없다. 이 말을 이 책에서 서머싯 몸은 하고 싶었던 것이라 느꼈다. 그 굴욕과 모욕을 겪으면서도 밀드레드의 사랑을 갈구하는 필립의 집착을 작가는 불가항력이라 말한다.


인간의 지성도 우정도, 성본능(즉 성적매력) 앞에서는 무력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짐승과 다를 게 뭔가라고 묻는다.


필립이 성장해 온 과정을 보면, 귀족 집안에 절름발이로 태어나 부모가 모두 죽고 목사인 친척 집에서 자란 필립은 명문학교를 졸업하고, 잠깐 취직했다가 실망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필립은 인생이란 그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야 할 대상이며, 삶의 다양한 체험을 추구하고 삶의 매 순간이 주는 모든 감동을 향유하고 싶다고 느낀다. 그래서 좋아하지만 재능 없는 그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또 파리에서 필립이 느낀 것은 진리란 존재하지 않고, 사람은 저마다 철학자이며,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 체계라는 것도 그것을 쓴 본인들에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필립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속에서 방황하고, 자신이 이성적으로 좋은 사람과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사람 속에서 방황한다. 결국 직접 경험하면서 스스로가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여행과 방랑 속에 얻게 된 인생경험과 지적 성장 속에서도, 사랑 앞에 불가항력이고 무력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해 나가는 필립의 방법은 체념에 가깝다. 아니 자신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내 영혼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믿는 파리의 가난한 약쟁이  크론쇼의 고백처럼 정신승리에 가깝다.


“삶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죽는다는 것 잊는 것"

“내 지금 비록 허약하고, 늙고, 병들어 가난하게 죽어가고 있지만 난 여전히 내 자신의 영혼을 다스리고 있네.”

“사랑 때문에 죽는 사람은 생각만큼 없어요. 다 소설가들이 지어내는 이야기죠. 자살은 주로 돈 때문에 해요.”


이 책에서 작가는 인생이나 삶은 아무런 뜻이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니 운명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이렇게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한다.


사람은 고통을 통해서 자기 육체의 실재를 이해하고, 사춘기를 통과하면서 자기와 남의 차이를 의식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거의 의식하지 못할수록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사람의 목표는 쾌락이지만 쾌락은 환영과 같다고 말한다. 착한 일들을 실천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쾌락 때문이고, 사람이 어떤 행위를 하는 것도 그것이 자신에게 이롭기 때문이고, 당장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도 미래의 더 큰 쾌락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사람들은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쾌락주의에 빠지게 된다. 죽음이라는 필연 앞에, 삶이라는 우연이 주어졌다. 필연에는 감동이 없으니 우연에 감동을 만들자는 물리학자 김상욱의 주장처럼,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는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재정의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옴진리교 사람들을 인터뷰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2’라는 책에서 고통과 번뇌를 없애기 위해 깨달음과 해탈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지 그 위험성에 대해서 보았다. 어쩌면 고통과 번뇌는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지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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