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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Nov 11. 2023

꿈 안꾸는 파충류, 신피질의 인간

에덴의 용 - 칼 세이건

이 책은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인 저자가 인간 뇌에 관해 쓴 책이다. 특히 인간 뇌를 파충류에서 시작해서 포유류로 진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이런 진화 과정에서 잠과 꿈의 기능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 뇌는 R복합체, 변연계, 신피질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은 파충류에서 포유류, 영장류로 진화한 뇌의 특성을 대변한다. 따라서 R복합체는 파충류 뇌의 특성을 보이고, 신피질은 영장류 뇌의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R복합체는 공격적 행동, 영토본능, 의식, 사회적 서열 등 충동적인 부분에 관여한다.


변연계는 뇌하수체, 편도, 시상하부, 후각피질로 이루어져 있고, 이타적 행동, 강렬하고 생생한 정서에 관여한다.


신피질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지와 추론 같은 정신 작용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부분에 관여한다고 한다.




왜 모든 동물은 생존에 불리해 보이는 잠을 자는 걸까?


주로 먹이가 되는 동물은 꿈을 꾸는 깊은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한다. 포식자일수록 깊은 잠을 잔다. 파충류는 꿈을 꾸지 않고, 조류는 짧게, 포유류는 길게 꾼다고 한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진화하면서 꿈의 역할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꿈은 하루의 경험을 처리하는 무의식적 과정에서 흘러넘친 조각들이라고 한다. 경험을 처리한다는 것은 뇌가 임시 기억 장치에서 어느 부분을 장기 기억 장소에 넣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델은 꿈이라는 상징 언어의 중요한 특징인 위장이라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 꿈은 오히려 기억을 흩트려 버리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야 새로운 패턴을 만들 수 있어 다양성과 창의력이 발현되고 생존에 유리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유아가 잠을 많이 자고, 꿈을 많이 꾸는 이유는 신피질의 분석적 부분이 거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R복합체가 꿈에 많이 관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신피질은 우리가 인간답다고 말하는 많은 부분에 관여한다. 인간의 삶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을 관습에 의존하는데, 관습은 본질적으로 경험을 상징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런 관습에 관여하는 것이 신피질이라고 말한다.


DNA의 유전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고등 동물은 이런 비유전적 정보를 뇌에 저장하기 시작했고,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뇌에 저장된 정보량이 유전자에 저장된 정보량을 넘어선 생물이 파충류라고 한다. 비유전적 정보인 기억은 뇌의 여러 장소에 분산 저장되고 뇌량을 통해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를 오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특히 뇌량이 언어와, 도구, 문화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줄리언 제인스의 ‘의식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도 뇌량이 발달하기 전 인간의 뇌는 양원적 뇌로 우반구가 신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뇌량이 발달하면서 일원적 뇌로 진화했고 의식이 발달한 것으로 설명한다.


신피질의 급격한 성장은 언어, 도구, 문화의 발달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인간은 죽음에 관해 인지하기 시작했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대가로 불안과 근심을 얻었다. 이것은 성경 속의 인간이 에덴에서 쫓겨난 이유와 유사하다.


이 책의 제목인 ‘에덴의 용'에서 ‘용’은 신화적 파충류로서 가장 오래된 뇌 영역인 R복합체를 의미하고, ‘에덴’은 인간이 신에게 추방당하기 전에 살았던 신화적 공간이다. 저자는 신화를 인간의 뇌나 DNA에 새겨진 흔적이나 기억으로 해석하는 것 같았다.




진화론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논리가 어떻게 침팬지에서 인간이 나올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신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인데, 사실 침팬지와 인간사이에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 외에도 수많은 영장류가 존재했을 것 같다. 다만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고, 지금 멸종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 침팬지와 인간 밖에 없을 뿐이다.


사실 인간의 뇌는 파충류부터 조류, 포유류를 거쳐 영장류로 진화해 온 결과물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 뇌에는 파충류의 특성부터 영장류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다. 결국 사람도 동물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의 인간으로 진화한 데에는 신피질과 뇌량의 발달이 중요했는데, 그 중심에는 아직 정확히 그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잠과 꿈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고로 사람은 잠을 잘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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