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통찰
작가는 노무현 정부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국제정세 전문가로 언론이나 방송에
얼굴을 많이 비췄다.
그가 말하는 통찰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외교라는 것은 자국중심성을 가지고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다는 뜻 아닌가.
이런 자국중심성의 바탕에는
'정치란 선악이 아니라 유불리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결국 '정치를 선악이나 도덕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의 통찰인 것 같다.
동의하는가?
1.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이 외교관은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관이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외교라는 것은 내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신 못 차리고 멍하니 있으면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일할 수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교의 세계에서는 내 나라가 아니면 모두가 남의 나라다.”
“이 책은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중심성에 대한 나의 고언이다"
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보면
깡패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국제정치라는 게 조폭의 세계와 같다고 말한다.
국내정치도 국제정치와 비슷한데,
결국 정치라는 것은 폭력 장치의 활용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나는 국제정치라는 게 조폭의 세계와 같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사용할 때 핑계나 명분은 나중에 만들고 먼저 행동부터 한다.”
“국내 정치 역시 국제정치처럼 주먹이 전부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군인이 직접 국내 통치에 개입하는구나 실감했다.”
“국내 정치에서 정치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권력 장치, 즉 폭력 장치의 활용 과정이다"
“기본적으로 통치자가 사람들을 다스리는 수단은 폭력 장치다.
폭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명분을 정치 이념의 형태로,
좀 더 구체적으로는 법률의 형태로 제시한다.”
신형철은 정치란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대한 사유 그 자체"라고 말했는데,
작가가 말하는 정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랑은 사뭇 다르다.
3.
작가는 정치라는 것이 선악이나 도덕이 기준이 아니라
이익이나 유불리가 기준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정치가와 정책가를 분리해서
정책가는 정치가보다 더 국가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가가 권력을 잡으면 정책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정치도 정치인데 거기에다가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면 바보다.
국내정치든 국제정치든 정치는 현실이고 현실은 선악이 아니라 결국 유불리로 결정 나는 거다.”
“정책가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국가이익보다는 여론에 휘둘리거나 자기 머릿속에 들어있는 잣대에 따라 일하려는 경우를 보는데,
그러면 실패한다.”
“내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국중심성이고 실용 외교다.
내 나라의 안전, 번영, 권위에 도움이 되는가, 해가 되는가를 따지는 것이 자국 중심성이지
내가 옳다고 믿는 나의 윤리에 맞추어서 행동하는 것은 자국 중심성이 아니다.”
“정치는 유불리로 움직인다. 선악이 없다.”
“일단 정권을 잡으면 정치가로서의 태도를 버리고
정책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4.
주권국가로써 자주외교와 자주국방은
너무나 당연한 건데
우리나라의 대미종속성은 인식하지도 못할 만큼 퍼져있다.
그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자주성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한미공조라는 명분으로 미국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끌려다녔다.
친미성향의 일본의 전현직 외교관들과 언론이 총리를 몰아내는 걸 보면
“자주외교의 적은 밖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라고 말한다.
“북한의 핵 개발은 미국이 우리나라에게 무기를 많이 팔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위험국가 북한이 사라지면 무기 시장도 사라진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까지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이 갑이고, 일본이 을, 그리고 한국을 병으로 하는 위계를 만들고 싶은 거다.”
5.
한국 외교가 가야 할 길은
자국 중심성을 확립하기 위해
미국을 따르는 게 아니라 설득해야 하고,
북한과 경제협력을 통해 핵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현실적으로 통일이 어려우니 같이 잘살자고 말한다.
지금 임종석이 욕먹고 있는 '두 국가론'과 비슷한 것 같다.
서문에서 작가가 말한
국제정치를 배우고 가르치는 단 하나의 이유는
‘통일'이라고 말한 것과 일관되지 않다.
“우리는 미국을 쫓아다닐 게 아니라 설득해야 한다.
한국은 당연히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목적을
미국이 불리한 약속도 지키도록 하는 것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한국 외교가 가야 할 길이고
대한민국 외교에서 자국 중심성을 확립하는 길이다.”
“적어도 북한이 우리한테는 핵을 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한국 외교의 과제다.
궁극적으로 우리와 중국의 관계처럼 북한이 우리에게 의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북한과 협력관계가 긴밀할수록,
즉 북한이 경제적으로 남한에 의존할수록 북한은 우리를 도발하기 어렵다.”
“유엔에도 어차피 따로 가입되어 있는 두 나라다.
우리는 그대로 태극기 쓰고
북한도 인공기 그대로 쓰면서 살되
지리적으로 가까우니까 경제적으로 협력해서 서로 잘살자는 거다.”
자국중심성이라는 것도 결국 자기 나라가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인데
모든 나라가 자국중심성을 가지고 외교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기후위기도 자본주의 위기도 그래서 오는 게 아닐까?
물론 가장 기본은 먼저 자국중심성을 가져야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다.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것도 부족하다는 것을
작가가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정치를 선악으로 바라보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서
망하는 걸 경고하려는 것도 알겠다.
나를 먼저 돌보고 그 후에 남을 바라봐야 하는 게 옳다.
하지만 정치나 외교를 유불리로만 따지는 것엔 약간 의문이 든다.
정치라는 것이 선악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좀 불리해져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이상적이고, 순진한 생각일까?
그게 좀 더 성숙한 인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