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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Mar 22. 2018

인간 증발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프랑스의 저널리스트(레나 모제)와 사진작가(스테판 르멜)가 이방인의 눈으로 일본인들의 실종을 다룬 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나 보다. 아래와 같은 구절로 책을 시작하고 나중에 또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숨어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명의 사람들이 실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증발 사례
주식에 투자했다가 날리고
불법 부동산 개발로 인해 살 터전을 잃고
부락민이라 은행이 대출을 안 해주고
은행이 대출을 안 해주니 사채를 쓰다가
사업하려다가 은행 대출을 못 갚아서
입시에 실패하고 교도소에 다녀와서
어머니가 아프면서 치료비, 집세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가정폭력 때문에
불륜 때문에


# 야반도주
혼자서 또는 가족과 함께 증발한다.
이런 이들을 돕는 야반도주 서비스도 생겨나고
야반도주 사무소라는 tv 드라마가 1990년대 말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


# 후지산 아타미 온천, 도쿄의 산야, 오사카의 가마가사키
이들은 후지산이 보이는 아타미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나
도쿄의 지명에도 없는 산야라는 곳이나
오사카의 가마가사키라는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 아오키가하라 숲, 도진보 절벽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후지산 아래 아오키가하라 숲이나, 자살 절벽으로 알려진 '도진보'라는 곳으로 간다.
연간 자살자 수는 3만 3천 명, 매일 90명씩 자살한다.


# 불법 세탁소, 온천, 막노동, 호스티스, 야쿠자, 원전 폐기물 처리
증발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불법 고용주가 불법적으로 벌이는 일들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세탁소라던지


예전에 온천은 일손이 모자라 신원확인 없이 일을 할 수가 있었다.


또는 막노동이나 호스티스, 야쿠자로 빠진다.

찾을이 없는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 처리에도 동원된다.


# 오타쿠, 도요타시, 임직원 재교육 학교, 납북
인간 증발과는 다른 유형이지만 30만 명 정도 되는 오타쿠에 대한 사례도 나오고

도요타시에 대한 사례가 있다.


누구나 지켜야 하는 도요타 코드는 회사 직원들 모두의 일상을 지배한다.
손은 주머니 속에 넣으면 안 되고 화장실에 갈 때도 상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임직원 재교육 학교가 나오는데 지옥캠프 13일 동안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실종이 아니라 납북되었다고 믿는 사람도 있었는데.
일본인 500명에서 2천 명 정도가 북한에 납치되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납북되었다고 공식 인정한 일본인 수는 17명이다.
2002년에 북한은 일본인 5명을 돌려보냈다.


# 잃어버린 10년
이렇게 된 가장 큰 사회적 배경으로는
4년 동안 투기 광풍이 불던 1989년 도쿄 주식의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락, 경기침체,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빠져버렸다.

1990년대 중반에는 야반도주한 사람들의 수가 매년 12만 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 수직적인 서열, 윗선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
일본 사회는 수직적인 서열과 윗선에 대한 신뢰가 구간을 이룬다.

일본인들은 넓은 의미에서 윗사람들(조상, 부모, 교수, 일왕)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진다.


# 남에게 빚지지 않는다.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에게 빚을 지지 않으려 애쓴다.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의무다.
조그만 실수에도 일본인들은 크게 자책한다.
결국 예의를 지키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증발이나 자살을 선택한다.


#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가족과 지인들은 사회에서 도망치는 것을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한다.
일본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실패는 개인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의무와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의미


# 문제가 있을 때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실적, 자기반성, 자기희생을 강요받으면서도 끝없는 경제 위기로 빈곤해지다 보니
일본 사람들은 불행하다.
사람들이 증발을 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문제가 있을 때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일본 열도는 압력솥 같다.


# 남들이 가는 길을 거부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회학자로 야쿠자를 연구하는 볼프는
일본에서 증발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가는 길을 거부한 것이라고 한다.

반항적인 어린양 이고 일본 사회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 외로움 대신 완전한 자유
스테판(사진가)에게 세상이란 우리가 선택하든 아니든 참여하게 되는 '투쟁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규칙을 받아들이고 제대로 습득하여 활용하거나 시스템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만화가인 아리무라는 증발한 사람들을 외롭지만 자유로운 사람들 외로움 대신 완전한 자유를 얻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일어난 일은 산산이 부서져버린 접시와 같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본래 상태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 무라카미 하루키, 카프카의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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