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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Apr 08. 2018

댓글부대

장강명

오래전부터 장강명이란 작가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읽을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가 천재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 같은 전개에 마지막 반전까지.


댓글부대 일원이었다는 사람이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하는 내용과 인물들의 스토리가 교차적으로 나온다.


댓글부대라는 것은 민간 온라인 마케팅이나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다. 실시간 검색어 조작은 물론 청부 사이버 공격 즉 저격 같은 일도 한다. 사소한 트집을 잡는데 대게 외모를 문제 삼으면 된다. 아예 근거 없는 중상모략도 효과적이고 단순 무식한 물량공세도 효과적이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더 큰 효과를 내는데 멕시코에서 국민가요 같은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 중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죽어가면서 후회하는 내용의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미국경수비대가 만든 노래다.


백혈병 노동자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를 망하게 하기 위해서는 "저는 영화산업 노동자 000이라고 합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려서 밀린 임금을 아직도 못 받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은 아니지만 진실. 이게 중요하다.


요새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옛날 학생회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인터넷에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끼리끼리 뭉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온건한 진보주의자 열명이 뭉치면 그중에 세명은 극좌파가 된다. 보수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이런 커뮤니티들을 공격하는 방법은 비비 꼬인 댓글을 달아서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렇게 진보 커뮤니티들을 공격하는 이유는 비관적 전망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경제가 사회분위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분위기가 경제를 결정한다.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품게 해줘야 한다.


모겐슨 가족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는데 한마을에 배우들을 뽑아서 가짜 가족을 만들고 이 가족이 동네방네 친구들을 사귀면서 하루 종일 회사가 정해준 상품 광고를 했더니 그 물건 판매량이 몇천 프로 급증했다고 한다.


가짜 뉴스도 만드는데 핀란드 헬싱키대학 같은 데서 그런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누가 확인하기 어렵다.


나강 캠페인이라는 동영상을 십 대들에게 퍼뜨렸는데   '나는 강하다.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진보가 비판받는 이유는 매일 남 탓만 한다는 거다. 애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약해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쿨한데 좀 서툴게 보이는 영상을 만든다.


이미지라는 게 있다.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따라 별생각 없이 판단한다.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이미지 조작이 일어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한다. 사람에게 자유의지란 의도에 따라 주어진 몇 가지 조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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